[서울=뉴시스 이주혜 기자] 은행권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배상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가 1분기 실적에 이를 충당부채로 적립했다.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최근 홍콩H지수가 상승하면서 추가 충당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홍콩H지수 ELS 관련 고객 보상비용으로 1조6650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별 홍콩 ELS 손실 관련 충당부채 규모는 KB금융 8620억원, 농협금융 3416억원, 신한금융 2740억원, 하나금융 1799억원, 우리금융 75억원 순이다.
KB금융의 경우 KB국민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큰 규모로 홍콩 ELS를 판매해 투자자 손실에 따른 보상 규모도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판매액이 적은 우리금융의 경우 관련 충당금도 적은 수준에 그쳤다.
금융지주들은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고객 보상비용을 충당부채로 인식해 1분기 영업외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에 5대 금융그룹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8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9740억원) 감소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손실 보상은 일회성비용으로 추가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민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은 25일 KB금융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에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를 8620억원 정도로 충분히 적립했다”며 “3월 말 홍콩H지수를 기준으로 일부 버퍼(여력)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홍콩H지수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추가 손실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회성 요인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최근 홍콩H지수는 6000선을 넘어선 상태다.
김기홍 신한은행 부행장(CFO)도 26일 신한금융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홍콩 ELS 판매액은 2조4000억원으로 3월 말 홍콩H지수를 바탕으로 1분기에 2740억원을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면서 “현재 지수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결산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홍콩H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배상률도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정하게 되면 추가로 충당부채를 인식할만한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은행과 고객들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배상안 철회 요청’은 동의 수 2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2만3700여명의 동의 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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