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진보 성향의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선거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 출마로 미국 대선이 3자 구도로 형성된 가운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던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역전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트럼프 선거 캠프는 케네디 주니어가 자신들의 후보 당선에 지장을 미칠 스포일러(spoiler·방해 입후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당초 민주당 대선 경선을 준비하다 지난해 10월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섰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1917~1963년)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1925~1968년)의 아들이다.
미 NBC방송이 지난 12~16일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대결 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5자 가장 대결 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바이든 대통령(44%)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지난 1월 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5%포인트였다.
◆ 트럼프 표 더 많이 잠식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 표를 더 많이 잠식하는 걸로 나타났다.
NBC방송 조사에서 11월 대선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외 케네디 후보, 흑인 사회 운동가 코넬 웨스트, 녹색당 질 스타인 5자 대결로 실시될 경우 바이든의 지지율은 39%로 트럼프(37%)에 앞섰다. 케네디 주니어는 13%를 얻었다.
미 정치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130개 전국 여론조사 평균을 집계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가상 3자 대결에서 41.3% 동률을 기록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7.7%를 획득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양당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2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 유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블록체인을 통해 모든 예산을 미국인들에게 공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모든 예산을 블록체인에 올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24시간 내내 원하는 시간에 예산 전체 항목을 살펴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 내역이 기록된 공개 장부다. 금융 거래 장부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기술인 셈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자신이 친 암호화폐 후보라고 어필해 왔다.
그는 디지털 자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선거 기부금으로 비트코인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대선에서 승리하면 비트코인으로 미국 정부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케네디家 가족 대신 바이든 지지
케네디 주니어 가족은 그의 출마가 바이든 대통령 재선을 위협한다며 바이든 지지 입장을 밝혔다. 케네디 가문은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고 영향력이 큰 정치 가문이다.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가족은 조셉, 케리, 로리, 케이틀린, 맥스웰, 크리스토퍼 등 케네디 후보의 형제와 자매들이 포함돼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가문의 바이든 지지 표명에 대해 미시간주 유세에서 “그들(가족) 중 일부는 내가 출마한다는 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가족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인정했다.
그는 또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의견은 갈리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고 썼다.
그러나 케네디 주니어의 여동생인 케리는 트럼프의 패배를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케리는 지난 18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마틴 루서 킹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나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우리 가족은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의 부친인 로버트 케네디의 흉상을 백악관에 보관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케네디 가족 지지에 “큰 영광”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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