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환율 진정…밸류업 모멘텀 회복에 저PBR주 강세
연준 매파적 입장 선반영 “통화정책 불안심리 정상화 계기 될수도”
아마존, 애플 등 실적 공개 예정…국내 기업들 실적은 순항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지난주 국내 증시는 시장 변동성을 높였던 중동 위기가 진정되면서 5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앞서 단기 낙폭이 컸던 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정부 당국이 밸류업 정책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이 코스피를 견인했다.
그러나 다소 수그러들었어도 환율, 금리 불안 등 악재 속에 취약해진 투자심리 탓에 돌출하는 재료에 일희일비하는 널뛰기 장세가 이어졌다.
이번 주는 미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세 지속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열리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아마존, 애플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도 이어질 예정이어서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28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는 2,656.33으로 전주보다 64.67포인트(2.48%) 올라 앞서 4주 연속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지난주(22~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95억원, 개인은 4천448억원을 순매도했으나, 기관은 7천937억원을 순매수했다.
주간 기준 외국인이 2주째 매도 우위를 보였으나, 기관이 매수 우위로 돌아서 증시를 떠받쳤다.
업종별로는 보험(12.52%), 금융업(8.61%), 증권(6.23%), 유통업(5.58%), 운수장비(4.96%), 전기가스업(4.78%) 순으로 많이 올라 저PBR 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저PBR주들은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밸류업 정책의 동력 약화가 우려되면서 한동안 약세였으나, 지난주 정부 당국에서 정책 추진 의지를 재차 피력하면서 급반등했다.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중동 리스크의 여파로 반도체와 성장주 중심의 투자 심리가 가치주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격화된 중동 위기는 고비를 넘긴 듯 보인다.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80달러 초반에서 유지되고 있다.
중동 위기와 맞물린 달러 강세에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원/달러 환율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미국 국채금리가 5개월 만에 4.7%대로 올라서는 등 시장 금리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는 856.82로 한 주간 14.91포인트(1.77%) 올라 4주 만에 반등했다.
금주 증시 안팎에선 한국시간으로 5월 2일 새벽 공개될 예정인 FOMC 회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잇따른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금리인하 전망이 크게 후퇴한 상황에서 열린다.
여기에 지난 25일 발표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에 크게 못 미친 연율 1.6%에,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최근 1년간 가장 큰 폭인 3.4%가 올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됐다.
증권가에선 1분기 PCE 물가가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 상단을 크게 웃돌면서 시장 금리의 등락 범위가 기존 등락 범위 상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FOMC 회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6일(현지시간) 공개된 3월 PCE 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시장 전망치(2.7%)를 소폭 웃돌았으나, 하루 전날 나온 1분기 PCE 물가처럼 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당일 뉴욕 증시는 오히려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3월 PCE 물가에 안도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초점을 맞추면서 나스닥지수가 2% 이상 오르는 등 반등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 PCE 물가가 강할 것이라는 사실이 미리 확인됐고 이에 따라 금리가 상승한 만큼 위험이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FOMC가 매파적일 것이라는 점도 시장에선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경계심에 따른 등락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이번 회의는 과도한 통화정책 불안심리가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점도표가 제시되진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향후 가이던스 변화나 양적긴축(QT) 속도 조절에 대한 코멘트가 나올 경우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선 실적 시즌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30일(현지시간) 아마존, 내달 2일 애플의 1분기 실적 공개가 예정돼 있다.
지난주 초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테슬라 등의 실적 및 전망 호조에 코스피가 급상승했으나, 이튿날은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와 IBM의 부진한 가이던스(실적 전망) 제시에 상승분을 반납하는 널뛰기 장세가 연출됐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해당하는 1분기 실적을 공개하고도 당일 주가는 5% 이상 급락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고 풀이했다.
강재현 연구원은 “국내 실적 시즌은 상당히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며 “금주를 지나면서 코스피가 다시 2,700선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기업이익 추정 데이터가 2개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 234곳 중 39곳이 실적을 공개했으며, 이들 중 약 74%는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예상치를 2,570~2,70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30일 중국 4월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4월 차이신 제조업 PMI
▲ 1일 한국 4월 수출입동향, 미국 4월 ISM 제조업지수
▲ 2일 미국 5월 FOMC 회의 결과, 한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 3일 미국 4월 ISM 서비스업지수·4월 고용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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