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9000만원 밑으로 주저앉으면서 시장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반감기 이후 2억원 전망을 믿고 매수했다가 손절을 고민 중이라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아우성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홍콩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첫 거래에 주목하며 현재가 매수 적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지난 20일 역사적 호재인 반감기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최근 하락세를 더욱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반감기 도입 열흘 전인 지난 10일에만 하더라도 1억3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감기 이후 오히려 더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두 달여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8800만원대까지 후퇴했다. 전날 오후 4시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65% 빠진 8855만원에 거래됐다. 8800만원대는 지난달 6일 이후 54일 만이다.
◆’매수 적기’라는 전문가들…왜?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가 좋은 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약세로 단기 투자자 실현 가격까지 하락한 점과 비트코인이 지닌 특유의 희소성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점 등에서다.
크립토 선문 크립토퀀트 분석가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여전히 강세 국면에 있다면 단기 투자자 실현 가격은 매우 좋은 매수 기회”라며 “단기 투자자 실현 가격은 강세장에서 중요한 지지선”이라고 밝혔다.
현재 단기 투자자 실현 가격은 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이후 유입된 투자자들의 매수 단가가 포함됐다. 해당 가격까지 하락했을 때 매도 압력보다는 매수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선문 분석가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단기 투자자 실현 가격은 6개월 미만 투자자 평균 단가로 약 5만8500달러다. 전날 오후 4시 비트코인 가격(6만2237달러) 대비 6% 하락한 수치다.
비트코인 고유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뒷받침한다. 가격 등락이 매우 큰 상황이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희소성이 점점 커지는 특징은 결국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비트코인 전체 유통량 1900만개 중 사토시 나카모토 창시자 지갑에 들어있는 110만개와 초기 유실된 200만개를 빼면 나머지 수량은 1600만개로 계산할 수 있다”며 “이 중 절반은 10년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다이아몬드 핸드(절대 팔지 않겠다고 결심한 장기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는 비트코인 전체 유통량 중 3분의 1만을 갖고 거래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반감기로 일일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희소에 희소가 더해진 게 현재 비트코인 특성”이라며 “이 가운데 정부와 기업 등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수요가 늘어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 점이 비트코인을 현재 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후속 이벤트가 단기적으로 부재하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이벤트가 아닌 비트코인이 부각될 고유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간 비트코인은 한정된 발행량에 따라 신흥국 통화 헤지와 각국 통화정책 실책 등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비트코인, 고점 찍어”…4800만원 하락 전망도
반면에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비관론도 맞선다. 최악의 경우에는 지난 2021년 최저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유명 가상자산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반감기 이후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이미 정점을 찍었다면 비트코인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이번 사이클을 통해 고점을 이미 찍었을 확률은 25%”라며 “실제로 고점을 찍었다면 가격은 3만달러대 중반(4823만원) 혹은 2021년 최저점(3만달러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상자산 분석회사 카이코는 지난 27일 보고서를 통해 “반감기에도 불구하고 향후 12-18개월 동안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반감기 이후 시장은 현물 ETF 승인과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등 엇갈린 정서로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상승장 촉발제로 주목받는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이날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홍콩 ETF를 비롯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자금 유입 규모가 향후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이코는 “잠재적 강세장은 미국과 홍콩의 현물 ETF가 새로운 투자자에게 비트코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홍콩 ETF 거래가 시작돼도 중국 본토 자금 참여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면서도 “모건스탠리 등 더 많은 금융사가 진입하고 판매 전략을 수정하며 비트코인 ETF의 접근성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