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미국 달러의 강세가 세계를 억누르고 있고, 아시아가 특히 타격을 입는 모습이다.
일본 엔화는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전 세계 곳곳에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며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세계의 모든 주요 통화는 미국 달러와 비교해 가치가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를 보면 약 150개 통화 중 3분의 2가 달러에 대해 약세다.
이는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이례적으로 광범위한 변화라는 것이 NYT의 진단이다.
달러의 최근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인하할지에 대한 기대감의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한 미국 통화의 전반적인 강세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2000년대 초반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높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당시는 미국 금리 또한 지금과 비슷하게 높았다.
이런 달러 강세로 세계 곳곳으로부터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다른 나라들은 자국 화폐의 가치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 강세의 영향은 특히 아시아에서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일본 엔화는 이날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가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관측 속에 다소 진정됐다.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더 많은 자금을 해외로 이전할 위험이 있다.
중국 위안은 현지 당국자들의 안정 의지에도 눈에 띄는 약세 조짐이다. 중국도 부동산 위기와 내수 부진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비슷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 이코노미스트이자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인 브래드 세처는 위안화 약세가 “사람들 생각만큼 중국 경제가 튼튼한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원화는 2022년 이후 가장 약세다.
물론 유로와 캐나다달러도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제시 로저스는 현 상황을 놓고 “연준이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더 들어맞은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NYT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그 효과는 빠르고 광범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달러는 모든 외환거래의 거의 90%를 차지하며, 달러 강세는 미국 밖의 인플레이션을 심화한다. 달러로 차입한 국가들은 이자 부담도 커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 육성을 더 장려하는 상황에서 미국 무역 적자는 확대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카막샤 트리베디는 미국이 성장 둔화 속에 인플레이션이 경직돼 높은 금리가 유지된다면 그 영향은 더 불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개선을 이유로 오는 6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가운데 유럽도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ECB가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하면 금리 차이가 더 벌어져 유로화가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태국도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강세 현상으로 루피아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달러 강세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이집트와 레바논, 나이지리아 등 올해 가장 가파르게 통화 가치가 하락한 나라들은 달러 강세로 인한 압력으로 더욱 어려워진 국내 사정을 반영한다.
로저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폭풍우(storm)의 가장자리에 있다”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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