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의 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는 금리 정상화 시점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면서도 꺾이지 않은 물가에 대한 우려의 흔적이 가득했다.
한은이 30일 공개한 ‘2024년 제7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개별 의견 개진을 싣지 않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은 10회 연속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3.5% ‘동결’을 결정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이 1명이 나왔다. 나머지 5명은 3개월 후에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통화정책문구에서는 2월 회의 당시 “긴축기조 충분히 장기간 지속”이라는 문구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대체되며 보다 완화된 표현이 대체됐다.
다만, 이 총재는 “금통위원 전원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에 나선 바 있다.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다수의 위원들은 고물가에 대해 경계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대비 3.1%로 두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한 금통위원은 “장기간의 고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경제 곳곳에서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국내 물가에 대해 “농산물 가격 흐름과 국제유가 움직임 등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은 울퉁불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 및 농산물가격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점 등 디스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단계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한다”며 “충분히 긴축을 이어가야 한다”고 봤다.
다른 위원은 “농산물 가격 재상승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 가능성 등으로 인해 물가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위원은 “물가상승률의 목표수준 안착이 지연될 경우 물가상승률의 누적 부담이 커지면서 통화가치 안정을 저해할 수 있어 긴축기조를 충분한 기간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정상화 시점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함께 드러났다. 한 금통위원은 “장기간의 고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경제 곳곳에서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위원은 “내수 부진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차입부문의 누적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정상화의 필요성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과 성장과 물가 등의 국내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금통 위원은 “향후 국가별 자국의 경기 여건과 물가 상황에 따라 통화 정책의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더딘 디스인플레이션 진행은 통화 정책의 기조 전환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결정 방향, 물가 경로 및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가계부채의 흐름 등을 감안하여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내수 부진에 체감 경기는 악화되고,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반등하고, 아파트 가격이 일부 지역에서 반등하는 조짐이 보이는 등 긴축 지속 위험과 긴축 완화 위험이 모두 증가해 통화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 의사록에는 한은의 역할과 물가 안정을 위해 유통 구조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은 장기적 구조개선보다는 경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에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면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정책의 활용도를 점검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제언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은 “서민들의 생계와 밀접한 생활필수품의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개선, 과감한 수입 규제 완화 등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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