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엔화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달러당 엔화값이 34년 만에 160엔까지 낮아지며 이른바 ‘슈퍼 엔저’에 원화 가치 하락 우려도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악화와 미국의 5월 공개시장운영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원·달러의 1400원대 재진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 34년 만의 최저치 1달러=160엔 찍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엔·달러는 오전 한 때 160엔을 돌파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60엔까지 추락한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BOJ(일본은행) 회의가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면서다.
가즈오 BOJ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일본 정부의 엔저 용인으로 해석됐다. 회의 직전 155엔 대였던 엔·달러는 회의 직후 158엔까지 낮아졌다가 사흘 만에 160엔까지 떨어졌다.
다만 29일 오후부터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 움직임에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4엔까지 진정됐다가 다시 156엔 대로 떨어진 후 30일에도 추세를 이어갔다. 일본 재무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밝힌 상태다.
◆엔화값 충격에 원달러도 ‘출렁’
‘슈퍼 엔저’에 원화값 약세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원화는 통상 엔화에 동조되는 흐름을 보이는데 다 최근 달러값 강세에 원화와 엔화가 동시 영향을 받으면서 커플링 현상이 더욱 짙어진 상태다. 엔화는 달러지수의 비교 지표로도 활용돼 달러당 원화값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지난달 29일 엔·달러가 160엔까지 치솟자 달러지수는 장중 106대로 뛰었고, 원·달러 환율도 장중 1384.6원을 단숨에 터치했다. 하지만 엔·달러가 155엔 대로 진정되자, 달러지수는 105대 중반으로 내려왔고, 원·달러도 1370원대 후반으로 물러났다.
원·달러는 엔화값 등락에 따라 한동안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밀리거나, BOJ가 긴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때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을 웃돈 1분기 GDP가 원화 가치를 방어하며 변동성은 엔화보다는 적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엔화값 다시 떨어질까…변수는 美 FOMC
외환시장에는 엔·달러 160엔 터치 후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심이 높아지며 재반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시장 참가자들은 엔저가 더욱 심화되면 외환 시장 개입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일시적으로 누른데 불과한 만큼 다시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장기화에서 비롯된 만큼 한미 통화정책 변화 없이 엔저를 완전히 막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전날 엔·달러는 장중 156.99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변수는 이달 2일 (현지시각) 열리는 미국의 FOMC 회의와 중동 분쟁이 꼽힌다. 중동 정세 악화에 유가가 치솟으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미·일 금리 차 장기화로 엔화 약세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파월 의장의 매파 색채까지 짙어지면 160엔을 돌파가 재현될 것이란 의견이다.
◆ FOMC 매파적일 경우 1400원대 가능성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과도한 엔화 약세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추가적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150엔 중후반 수준이 엔·달러 마지노선”이라면서도 “이번 FOMC가 얼마나 매파적일지는 엔·달러 추가 상승 압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이어 “FOMC회의 결과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으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친다면 160엔을 두고 외환시장과 일본 정부간 치열한 공방을 보이며 원·달러가 재차 1400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에 미국 금리 완화 지연과 중동 불안이 동시에 겹치면 원·달러는 일시적으로 142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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