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대표 변호사] “가상자산 장외거래는 원칙적으로 합법이나, 자금세탁 목적으로 이루어질 때 불법이다.”
# OTC 거래(장외거래)란?
최근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경신한 뒤 하락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OTC 관련 사건이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OTC는 Over-The-Counter의 줄임말로, 미국 주식의 장외거래 시장을 주로 일컬어 왔다. 코인 시장 크기가 거대해지면서 주식 용어가 코인 시장에도 대거 적용되기 시작했다. OTC가 바로 그와 같은 예시다.
우리가 아는 주식은 나스닥, 코스피 등 기업공개를 통한 공개거래시장에서 대부분 거래된다. 전자 금융시스템의 발달로 공개거래시장의 거래 수수료가 매우 저렴해졌다. 또한 실시간 시세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어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공개거래시장이 아닌 곳에서 주식 거래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즉, 공개거래시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장외거래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들이 바로 OTC(Over-The-Counter) 거래다.
주식에서 일어나는 장외거래가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바이낸스나 업비트 등 가상자산 (중앙화)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코인을 사고파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거래자들이 가상자산을 장외거래를 하는 이유는 뭘까? 가상자산 장외거래는 원칙적으로 합법이나, 자금세탁 목적으로 이루어질 때 불법이다.
# 코인 OTC 거래의 원칙적 합법성
코인을 거래소에서 사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사고파는 것은 기본적으로 합법이다. 법원은 이미 개인 간 코인거래를 허용하고, 이 약속이 유효하다면 법원에서 판결로서 보호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 간 민사소송에서는 다음과 같은 판결문을 볼 수 있다.
1.
-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비트코인 암호화폐 7비트코인(BTC)을 인도하라.
- 위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비트코인 암호화폐 1비트코인(BTC)당 5248만 9000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서울서부지방법원)
2.
- 피고는 원고에게 이더리움 암호화폐 30이더리움(ETH)을 인도하라
- 위 이더리움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이더리움 암호화폐 1이더리움(ETH)당 472만 1000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서울중앙지방법원).
3.
-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코인을 인도하라.
- 위 코인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79,529,952원을 지급하라(서울남부지방법원).
위 판결문들을 살펴보면, 개인들은 코인의 거래, 보관, 대여 후 변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코인을 주고받았다.
법원은 서로의 약속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존중해 그 약속대로 이행할 것을 명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법원은 먼저 원고가 청구한 대로 코인을 인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마지막 재판기일을 기준으로 코인의 시가를 판단한 뒤, 코인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코인의 시가만큼의 원화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즉,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은 OTC 거래는 법적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은 ‘비정상적인 거래’를 보호하지 않는 법리를 갖추고 있다. 법원이 개별 사안에 따라 불법적인 거래로 판단한다면 OTC 거래를 보호하지 않기도 한다.
# 불법적인 코인 OTC 거래
우리나라 법이 보호하지 않는 코인 OTC 거래는 불법적인 용도로 쓰인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코인을 자금 목적 세탁으로 사용한 경우다.
마약 대금을 코인으로 지급하고 정상적인 거래로 속이는 경우 역시 OTC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마약 판매 대금 세탁 행위의 정도가 심해, 마약 판매자와 공범이 될 때는 해당 OTC 거래는 처벌 대상이 된다. 마약 판매자의 돈세탁 과정의 일부로 판단되기 때문.
코인을 이용한 마약 거래의 OTC는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 마약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코인 지갑 주소를 제공한다. 마약 판매 대금을 코인으로 받아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마약 구매자는 코인을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OTC 업자에게 OTC 수수료를 포함한 현금을 계좌이체 한다.
- OTC 업자는 잘 세탁된 코인을 판매자의 지갑에 전송한다
- 판매자는 코인 입금을 확인 후 마약을 빌라 배전반과 같은 은밀한 곳에 넣고 좌표를 구매자에게 전송한다.
이 경우, OTC 업자는 현금을 받고 코인을 파는 매매(장외거래)하게 된다.
문제는 OTC 업자 역시 코인을 전송하는 지갑 주소의 소유자를 모른다는 점이다. 마약 구매자가 마약 대금임을 숨기고 코인을 산다고 할 경우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은행 계좌는 금융실명제로 인해 각 계좌번호가 누구의 소유인지 분명히 알 수 있지만 코인 지갑 주소만으로는 그 소유자를 알 수 없다.
코인 지갑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정의할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갑을 복구할 수 있는 니모닉 코드가 유출된다면 누구든지 그 지갑에 접근하여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 경우, 그 지갑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따라서 일반 OTC 업자와 자금세탁을 전문으로 하는 OTC 업자의 구분이 매우 힘들다. 그들이 마약 판매자와 결탁하여 전문적으로 자금세탁을 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일반적인 OTC 업자 역시 코인 판매 대금이 불법적인 자금인지 여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 OTC 거래와 특금법
OTC 업자들은 ‘특금법’으로 잘 알려진 ‘특정 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도 주의해야 한다. 특금법 제2조 제1호 하목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금융회사 등”이란 다음 각 목의 자를 말한다.
하.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다음 1) 부터 6) 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이하 “가상자산사업자”라 한다)
1)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2)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3)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4) 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5) 1) 및 2) 의 행위를 중개, 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
6) 그 밖에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자금세탁 행위와 공중 협박 자금조달 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특금법은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금융회사 등’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자금세탁방지 등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사업자의 정보 등과 관련된 사항을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다.
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ISMS),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자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신고’만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허가’가 있어야만 하는 영역이다.
특금법에 따라 OTC업자는 가상자산사업자에 포함될 수 있다. OTC 자체가 코인을 매매하는 행위를 말하므로 특금법에서 말하는 가상자산을 매도하거나 매수하는 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영업’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므로 단순히 OTC 모두가 가상자산사업자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영업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판단된다.
법원은 일단 ‘영업’을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하는 것(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이라고 정의했다. 은행 계좌 233개를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4만 2320번의 거래를 한 자들의 코인 매매 행위가 미신고 영업행위라고 판단하기도 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코인 OTC를 할 때, 판매자 또는 구매자들은 자신의 반복적인 거래 행위가 ‘영업’에 해당하는지 주의해야 한다.
# OTC 거래 관련 법적 규제, 아직까지 모호
OTC 거래는 위와 같이 코인의 익명성에 내재한 위험과 특금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앞으로 OTC 거래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과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됨에 따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들이 전통적인 ‘자산’의 영역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코인이 등장하며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코인거래소와 OTC는 이러한 자산으로서의 가상자산에 환금성을 부여해 준다.
그러나 OTC 과정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를 보호해 줄 수단은 충분하지 않으며, 법적인 규제는 모호하다.
이러한 회색지대 속에서 OTC는 점점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DEX(Decentralized Exchange, 탈중앙화거래소)에서 이뤄진 거래는 OTC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다.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OTC를 포함한 코인과 관련 사례들이 축적되어 법적인 예측 가능성이 갖춰지기를 바란다.
#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대표 변호사 약력
-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2018)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2021)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2021)
- 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 재학(2024~)
디센트는 스타트업,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범죄 전문 변호사들로 구성된 ‘블록체인, 스타트업’ 특화 법률사무소다. 가상자산 투자사의 세무진단 및 컨설팅, 국내 법인의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 전략과 가상자산 관련 국내외 법인 설립 등을 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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