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예상보다 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한국시간 전날 오전 한때 5.0434%까지 올랐지만, FOMC 결과 발표 이후 5% 아래로 내려왔고 이날 오전 3시 54분 4.9268%를 찍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날 오후 4.6904%까지 상승했지만, FOMC 회의 결과 발표 이후 하락 전환해 한때 4.5809%로 떨어졌다.
국채 금리는 이후 다시 하락분을 일부 만회했으며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한국시간 오전 9시 59분 기준 각각 4.966%, 4.634%를 기록 중이다.
연준은 1일 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이라며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다고 언급해 시장의 금리 인상 우려를 해소했다.
연준은 또 6월부터 양적긴축(QT)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 유동성 흡수를 줄이겠다는 의미로, 채권 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준은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월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축소하기로 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 주택저당증권(MBS)에 대한 월 상환 한도는 350억달러로 종전과 같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로널드 템플은 “파월 의장이 어려운 일을 완벽히 해치웠다. 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하는 등 미끼를 물지 않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라앉음에 따라 FOMC의 신중한 접근법이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는 “이번 FOMC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금리 인하가 탈선된 것이 아니라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기대와 비교하면 매우 신중한 매파적 재설정”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와 관련해 “최근 몇 달간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면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밝힌 만큼, 시장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뱅크레이트의 그레그 맥브라이드는 양적긴축 속도 조절에 대해 “올해 급등한 장기 국채 금리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이날 FOMC 회의 결과 발표 이후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오후 106.490을 찍으며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FOMC 결과 발표 이후 한때 105.435로 내려갔다. 이후 일부 조정을 거쳐 105.7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1일 미 증시 주요 주가지수는 FOMC 결과 발표 이후 상승 흐름을 탔지만 장 후반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3%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0.34%, 0.33% 떨어졌다.
미 주가지수 관련 선물은 이후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관련 선물은 0.39%, 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관련 선물도 각각 0.48%, 0.57% 오른 상태다.
이밖에 국제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 속에 떨어졌다.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3.58% 급락한 배럴당 79.00달러에 거래를 마감,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종가 기준 7주 만에 80달러 선을 하회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50% 내외로, 11월과 12월 가능성은 각각 66.4%와 약 80%로 보고 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