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제인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2023년 4월 SEC는 내부적으로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조사를 시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겐슬러 위원장은 이더리움의 증권 여부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겐슬러 위원장이 의회에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은 “겐슬러에게 책임을 묻겠다” 고 공언했다.
어찌된 일일까? 1일(현지 시간) 포춘 크립토는 SEC가 이더리움을 정말로 증권으로 간주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SEC가 암호화폐 지갑 버시스 메타마스크에 법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공문(Wells Notice)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SEC의 공문은 쉽게 말해 “메타마스크의 이더리움 스테이킹 서비스가 증권 서비스일 수 있으니 각오하라”는 내용이다. 메타마스크를 개발한 컨센시스가 발끈했다.
컨센시스는 “SEC가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 문서에서 SEC가 이미 2023년 4월 내부적으로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2023년 4월 SEC 집행 이사 구르비르 그류왈(Gurbir Grewal)이 서명한 조사 개시 명령에 따라, 이더리움을 포함한 특정 증권의 제안 및 판매에 대해 조사가 시작됐다는 것. 이 명령은 SEC가 공식적으로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문제는 당시 의회 의원들이 “이더리움은 증권인가?”라고 겐슬러 위원장에게 물었을 때 위원장 자신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데 있다.
금융서비스 위원회 위원장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의원도 겐슬러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겐슬러는 얼버무리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2023년 9월에는 SEC가 이더리움 선물 ETF를 승인까지했다. 의원들과 암호화폐 시장 관계자들이 보기에는 SEC가 이더리움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보고 있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행동들이다.
그러나 SEC는 실제로는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묶을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 SEC의 이중적 태도가 컨센시스의 소송으로 공개된 셈이다.
SEC가 이더리움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법무법인 로우엔스타인 샌들러(Lowenstein Sandler)의 파트너 크리스토퍼 제롤드(Christopher Gerold)는 “SEC의 조사 개시 명령은 법적 결론을 나타내지 않으며, 단지 조사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SEC가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간주한다고 결론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다.
만약 컨센시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SEC가 명시적으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스케이킹 서비스를 증권으로 간주하는 의견을 제시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겐슬러 위원장이 의회에서 사실상 거짓말을 한 것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겐슬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