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자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와 보험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구체성이 없고 자율성에 맡기는 한편 기대를 모았던 세제 인센티브 방안이 담기지 않아 실망감이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보험업종은 2.91% 하락했고, 금융업은 2.06% 약세를 시현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전 업종 가운데 하락율 1~2위다.
금융주 가운데 KB금융(-4.37%), 하나금융지주(-2.9%), 기업은행(-2.51%), 신한지주(-1.82%), 우리금융지주(-1.76%) 등 대형 금융사들 모두 1% 이상 하락했고, 제주은행은 무려 7.51% 급락했다.
보헙회사 가운데 삼성생명(-3.09%), 한화생명(-1.86%), 코리안리(-1.22%), DB손해보험(-4.11%), 롯데손해보험(-3.17%), 삼성화재(-2.9%), 현대해상(-2.56%), 한화손해보험(-2.48%) 등이 약세를 시현했다.
전날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하지만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와 보험주는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금융주와 보험주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업권이다. PBR 1 미만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를 의미하며 금융 및 보헙업종의 PBR은 평균 0.4%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중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주들의 상승세가 나타난 바 있다. 특히 금융주 가운데 KB금융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자 일제히 매도세가 나왔다. 전날 외국인들은 KB금융을 123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기준 순매도 8번째위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과의 매도 규모도 9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공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 특징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 5가지다. 자율성에 맡긴 만큼 큰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세제혜택에 대한 세부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주주환원 확대시 법인세 경감,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의 세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세제 혜택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았고 여전히 자율성에 맡긴다는 점에서 실망감 발생했다”면서 “금융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