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뉴시스 남주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얼마나 하느냐가 문제지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GDP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인가 문제는 기계적으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이 지난 2월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다.
그는 “예상과 큰 차이가 났는데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검토 중으로 특히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면서 “1분기 성장률 1.3%는 직관적으로 작년 한해 성장률 1.4%를 한 분기에 했다고 볼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분기(1~3월)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했다. 시장 전망치인 0.5~0.6%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내수 반등이 두드러진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세를 이어간 결과다.
이 결과 국내외 기관들이 전망치 상향 조종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대 후반까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3개월 만에 2.6%로 상향했다.
증권가에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5∼26일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1분기 GDP 발표 직전 전망치 평균 2.1%보다 0.3%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해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당시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에 대해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과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 지표, 중동정세 변화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4월 금통위 때만 해도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을 주면서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를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지만, 최근 미국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할 것 같다”며 “미국의 데이터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가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오면서 1분기 성장률 지표가 굉장히 좋게 나온 점과 4월 금통위 이후 중동 사태 악화에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높아진 환율이 얼마나 안정될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성장률 경로와 함께 물가 불확실성도 높아졌다고 봤다. 우리나라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8%에서 2~3월 두달 연속으로 3.1%에 머물다가 4월에는 2.9%로 둔화됐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2%를,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3% 상승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수정경제 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가 나오면 물가까지 같이 봐야 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도 “근원인플레이션이 2.3%로 낮아지면서 우리 금리 수준이 수요를 줄여가는 상황으로 긴축적으로 보는 좋은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1370~1380원 대에서 움직이는 환율에 대해서는 절대 레벨보다 변동성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개입을 언급한 것은 변동성이 커졌고, 중동 전쟁이 촉발한 것이지, 경제 펀더멘탈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미국 재무부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고 공감을 표해서 개입했다”고 했다.
최근 높은 환율 변동성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이슈를 주요 이유로 거론하며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대외의존도가 높고 유가 의존이 크기에 충격 자체가 중동 분쟁과 유가 때문”이라면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은 간접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장기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구조 개혁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면서 “고령화 때문에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되고, 구조조정을 통해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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