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가상자산 하락장이 길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를 일컫는 ‘K-코인러’의 투심이 식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했을 당시 달아올랐던 한국 코인 시장이 두 달 만에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꺾인 K-코인러 열기 탓에 알트코인 낙폭이 더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2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빗썸 거래량이 최근 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의 합산 거래량이 전체 9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코인 시장의 위축으로도 볼 수 있다.
우선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업계 1위 업비트는 전날 오후 6시 코인마켓캡 기준 하루 거래량 2조38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각 기준으로 올해 최대 거래량을 찍었던 지난 3월 5일(21조원) 대비 약 88% 떨어진 수치다.
K-코인러 발길이 뜸해지면서 김치프리미엄도 2%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비교 플랫폼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은 2.85%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은 앞서 비트코인이 1억원을 기록했을 당시 10%에 달했다. 해외에서 9000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국내 매수세 폭발로 9900만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두 달도 안 돼 김치프리미엄이 5분의 1로 급감한 것은 그만큼 국내 수요가 쪼그라든 탓이다. 글로벌 투자자 대비 국내 투자자 매수세가 줄면서 벌어졌던 가격 격차가 좁혀진 셈이다.
이런 현상이 최근 알트코인 낙폭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그간 K-코인러가 전세계 알트코인 매수세를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다. 앞서 AI코인 대장주 월드코인을 비롯한 일부 알트코인들은 국내 거래량이 터질 때마다 폭등해 왔다. 통상 AI코인과 같은 테마성 알트코인에는 K-코인러의 매수세가 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소 국내 거래량이 많았던 알트코인들은 최근 일주일 동안 비트코인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날 오후 7시 코인마켓캡 주간 하락률 기준 도지코인은 -12.33%, 시바이누는 -11.44%, 니어프로토콜은 -14.17%, 세이는 -11.67% 각각 떨어졌다. 같은 시각 비트코인은 전주 대비 -8.25% 빠졌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의 한 임원은 “K-포모(FOMO)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한국 코인 열풍이 최근 들어 급격히 식었다”며 “반감기 이후 상승을 견인할 뚜렷한 시장 이벤트가 부재한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간 국내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 80% 이상은 알트코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에게 더 큰 악재”라며 “상승장이 다시 도래할 때까지 알트코인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