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불씨가 살아나며 원·달러가 진정세에 들어섰다. 비둘기파적인 5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 고용 지표 둔화가 더해지면서 최근 사흘간 환율 하락폭은 20원에 달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데 다 엔화 약세가 원화 값을 끌어내리며 원·달러가 한동안 1350~1360원대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오전 10시 현재 전일(1360.1원) 대비 3.4원 오른 1363.5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을 1382.0원에 마친 환율은 이달 들어 사흘간 21.9원 떨어졌다가 이날 소폭 반등한 모습이다. 장중 고가는 1363.9원이며 저가는 1360.0원이다.
최근 환율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미국의 치솟는 물가와 견고한 성장세에 중동 지정학적 우려까지 겹치며 늦춰진 금리 인하 기대감에 원·달러는 지난달 16일 역대 4번째로 1400원대를 터치했지만 높은 변동성을 우려한 외환 당국의 환율 개입에 겨우 1380원대로 진정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의 4월 말 외환 보유액은 4132억6000만 달러로 3월말(4192억5000만 달러)보다 59억9000만 달러 감소해 6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이달 들어서는 비둘기파적인 5월 FOMC와 냉각된 고용시장 지표가 다시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되살리며 원·달러 레벨을 더 낮췄다. 지난 1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확률은 낮다”며 시장의 금리 인상 경계심을 허물었다.
이어 공개된 미국의 4월 고용 지표 악화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로 이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4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전달보다 17만5000개 늘어 시장 전망(23만8000개)과 3월 증가폭(30만3000개)를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도 예상치(3.8%)보다 높은 3.9%를 기록했다.
금융계 주요 인사들의 연이은 금리 인하 시사 발언도 달러의 힘을 뺐다. 연준의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밀컨연구소 2024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어느 시점에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우리가 보는 데이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안에 잡힐 것이라고 말한다”라며 “결국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그대로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은 일주일 전 45%에서 이날 65%대로 높아졌다. 11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5.25~5.50%)보다 낮을 확률은 78%에 달한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말 106대서 움직이던 달러인덱스는 105대로 내려왔다.
원화와 동조화가 짙어진 엔화 약세에 제동이 걸린 점도 원·달러를 낮추는 요소다. 지난달 말 160엔을 돌파하며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던 엔·달러는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에 이날 154엔 후반에서 등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비둘기파적인 FOMC에 이어 미국의 고용 지표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하며 원·달러의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중동 분쟁 악화와 엔화 약세 지속에 대한 우려는 환율 하방을 지지하며 한동안 1350원대서 등락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개선됐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남았고 엔화도 2차례 가량 개입 추정에도 여전히 154엔으로 약세”라면서 “원·달러는 한동안 1350~136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와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따른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주 원·달러는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1330~1370원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의 1200원대 진입은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서로 맞물리는 4분기에나 원·달러의 1300원대 아래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1200원대 진입 시도는 연준이 실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일본의 인상이 있을 때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은 역시 미 연준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1200원대를 터치하더라도 연내 1200원 중반 안착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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