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엔화가 사흘째 약세를 이어가며 슈퍼엔저 흐름이 재개된 가운데, 일본 당국의 개입이 오히려 와타나베 부인들에 유용한 달러 매수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환시장에서 지난달 160엔을 일시 돌파했던 달러/엔 환율은 일본 금융 당국의 두 차례 개입 시도 후 152엔 정도까지 낮아지다가 다시 155엔 위로 오르며 슈퍼 엔저 장기화에 힘을 싣고 있다.
달러/엔 환율 한 달 추이 [사진=트레이딩뷰 차트] 2024.05.09 kwonjiun@newspim.com |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환시에서 영향력이 큰 와타나베 부인들이 최근 당국의 개입 의심 상황들을 절호의 달러 매수 기회로 삼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을 가리키는 ‘와타나베 부인’들은 글로벌 통화 거래의 거의 30%를 차지하며 외환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도쿄금융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일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 매입은 전체 거래의 27.3%를 차지해 올해 들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기록했다.
달러 매입액은 일본 당국의 환시 개입이 의심되던 지난 4월 29일과 5월 2일 초반에 특히 많았는데, 엔저를 막기 위해 당국이 시장에 푼 달러를 투자자들이 다시 사들인 것이다. 따라서 개입에 따른 엔화 가치 상승 효과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까지 직접 나서서 환율 변동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지만 달러/엔 환율은 다시 155엔 위로 올라왔다.
가즈오 총재는 물가 전망이 높아지면 금리를 좀 더 빨리 움직일 수도 있다고 말했고, 같은 날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도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의 충격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9일에도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일본의 환시 개입을 위한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수준이라며 언제든 (환시 변동에 맞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지만 달러/엔 환율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통신은 개입 정황에도 달러/엔 환율은 낮아지지 않은데다, 와타나베 부인들까지 최근 달러 매수에 나선 것은 그만큼 당국의 엔저 탈피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이타메닷컴 리서치의 선임 연구원 간다 다쿠야는 (달러 매수 시기를 노리던) 개인 투자자들이 “기다렸던 순간이 마침내 왔다고 느낀 것 같다”면서, 개입 이후 “152엔 수준에서 달러를 샀던 사람들이 최고의 타이밍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개입 직후 152엔까지 내렸던 달러/엔 환율은 지금 155엔 수준으로 올라 그만큼의 환차익이 발생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간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가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환차익 범위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당국이 157엔 부근에서 두 번째 개입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155엔서부터는 (달러) 매도 타이밍을 볼 것이며 157엔에 다가서면 개입 기대가 재고조되면서 달러 매도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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