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전현직 직원 인용…바이낸스 “충분한 증거없이 의혹제기한 책임” 반박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시장조작행위 감시팀이 한 VIP 고객의 부정거래 의혹을 제기했다가 해당 감시부서의 팀장이 오히려 해고된 사실이 있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현직 바이낸스 직원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 내부 시장감시팀은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거래업체 DWF가 최소 6개 가상화폐 종목의 시세조작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회사에 내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일례로 DWF는 지난해 8월 가상화폐 YGG에 대한 홍보 글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려 가격을 띄운 뒤 불과 며칠 만에 고점 부근에서 해당 가상화폐를 대량으로 매도해 가격 폭락을 촉발했다고 감시팀은 판단했다.
또한 DWF가 2023년 들어서만 최소 3억 달러 규모의 자전거래를 통해 특정 종목의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거래소 규정을 위반했다고 감시팀은 결론지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곧바로 바이낸스 내 VIP 전담 부서의 이의 제기에 부딪혔다.
DWF는 바이낸스에서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며 톱 ‘VIP 9’에 드는 대형 고객이었다고 WSJ은 전했다. VIP 9는 월간 거래량이 40억달러 이상인 고객에게 주어지는 등급이다.
DWF의 경영진인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그라쳬프는 지난해 10월 엑스에 DWF 회사 로고가 붙은 람보르기니 차량 사진과 함께 회사 홍보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WSJ은 소개했다.
한편 바이낸스는 VIP 부서의 이의제기에 따라 별도의 조사팀을 통해 DWF 관련 의혹에 신빙성이 있는지 검증에 나섰고, 이 조사팀은 DWF가 시장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아가 DWF가 시장조작을 했다고 결론지은 시장감시팀의 팀장이 DWF 관련 의혹을 최초 제보한 DWF의 경쟁사와 지나치게 가깝게 협업했다고도 판단했다. DWF를 향한 시장감시팀 조사가 중립성을 잃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DWF 관련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한 감시부서 팀장은 결국 보고서 제출 한 주 뒤 바이낸스에서 해고됐다.
이와 관련, 바이낸스 측 대변인은 회사 측이 시세조종 행위를 용인했다는 어떠한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준법 기능 향상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고 WSJ에 답했다.
또한 고객과의 거래중단은 약관을 위배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바이낸스의 한 임원은 감시부서 직원의 해고는 관련 고객에 대한 의혹이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는 후속 조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WSJ에 해명했다.
한편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달러(약 5조8천억원) 규모의 벌금을 내기로 미 당국과 합의한 바 있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 역시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30일 1심에서 징역 4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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