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김동현 임하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이 범야권의 협조를 얻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지 관심이다.
대체적인 견해는 4·10 총선에서 180석 넘는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해당 법안 통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금투세 폐지 등 정부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세는 문재인 정권 시절 ‘소득이 있는 곳은 과세한다’는 원칙 아래 도입됐으며 금융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른 곳에서 얻은 소득과 분리해 과세하기 위해 신설했다.
당초 지난해 시행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상황이 달라졌다. 시행 시기를 두고 대립하던 여야는 2022년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는데 합의하며 2025년으로 늦췄다.
금투세 폐지는 올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다시 언급한데다 9일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금투세 폐지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현재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 야권에서는 금투세 폐지를 추진할 경우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세제 감면 혜택이 몰릴 수 있다며 ‘부자감세’ 논리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1년에 주식, 채권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으로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이 전체 투자자 대비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도 야당의 논리에 힘을 싣는 요소다.
실제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5대 증권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키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투자이익으로 5000만원을 넘긴 투자자들은 전체 2309만명 중 20만명(0.9%)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야당은 금투세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또 2년 연속 나라빚이 1000조원 이상을 기록한 상황에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야당 측 논리로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야권에선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면 대주주 또는 기업에게 세제 감면 혜택이 몰릴 수 있고 세수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반대한다.
현재도 배당 확대를 하는 기업 상당수는 오너 일가 등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인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면 이런 상황이 심화될 수 있고 많이 번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낸다는 조세형평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경우 100% 계획대로 되지는 않더라도 일정부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담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이를 위해 세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면서도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이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폐지라는 기존 안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야당을 설득하고 보완입법 또는 대체입법을 준비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여야 협치와 국회의 의견을 담는 방향으로 보완입법을 준비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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