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그룹이 비전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하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규제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그룹 주력 펀드인 비전 펀드의 미국 증시 상장기업 자산은 지난 2021년 말 이후 약 290억 달러(약 39조6천69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 쿠팡을 비롯해 도어대시, 그랩 홀딩스 등 비전펀드가 기존에 갖고 있던 기업 지분을 많이 매각한 데다 기업 주가도 떨어진 영향이다.
이 수치에는 작년에 비전 펀드가 반도체 설계업체 Arm 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한 금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움직임은 창업자인 손 회장이 한때 집착했던 벤처 캐피탈 투자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AI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펀드였던 비전펀드는 직원도 100명 이상 해고했으며 새로운 투자도 잘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AI 및 관련 하드웨어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이다.
소프트뱅크의 주식 자본시장 팀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비전 펀드의 지분을 매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손 회장은 요즘 비전 펀드를 거치지 않고 지주회사를 통해 주요 투자를 결정한다.
현재 비전펀드 2호까지 나와 있고, 앞으로 3호와 4호 펀드도 나올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거론됐지만 요즘은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비전펀드에 남아있는 인력은 대부분 관리직이다. 유통 시장에서 블록 거래를 통해 자산 매각에 가장 적합한 순간을 찾아내는 역할을 주로 한다.
손 회장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Arm의 성공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Arm은 지난해 뉴욕시장에 상장된 후 기업가치가 약 1천60억 달러로 치솟아 소프트뱅크 전체 자산가치를 앞질렀다.
손 회장은 AI 대장주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해 1천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반도체를 공급하려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소프트뱅크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지배권을 장악하기도 한다.
영국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를 인수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커크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2020년~2021년에 비전펀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스타트업 기업을 평가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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