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위험자산 기피 흐름 속에 지난달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순유입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집계를 인용해 세계적으로 ETF로의 자금 순유입액이 3월 1천265억 달러(약 173조원)에서 4월 685억 달러(약 93조7천억원)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주식 ETF로의 자금 유입은 1천63억 달러(약 145조4천억원)에서 407억 달러(약 55조6천억원)로 떨어져 하락세가 가팔랐다.
반면 저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ETF로의 유입액은 274억 달러(약 37조4천억원)로 늘어났으며, 회사채보다 더 안전자산인 국채 ETF로의 유입액이 101억 달러(약 13조8천억원)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미국에 상장된 단기(만기 3년 이하) 미 국채 ETF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블랙록의 카림 체디드는 “전반적인 자금흐름을 볼 때 주식 부문이 분명 약했다. 주식 성적을 볼 때 위험자산에 좋은 달이 아니었다”면서 “미국 등의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가 크게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ETF 리서치 글로벌 부문장인 스콧 크로너트는 미국 시장에서 채권 ETF로의 자금 유입(152억 달러·약 20조8천억원)이 주식 ETF로의 유입액(141억 달러·약 19조3천억원)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매슈 바토리니는 미국 시장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회사채 ETF 자금 순유출(33억 달러·약 4조5천억원)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지난달에도 일부 자산은 선방했다.
블랙록 자료를 보면 비교적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 채권 관련 ETF에 올해 처음으로 자금이 순유입(27억 달러·약 3조7천억원)됐다.
체디드 전략가는 신흥국이 과거보다 미국 통화정책에 덜 취약하다면서, 신흥국 채권은 큰 하방 위험 없이 유의미하게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유럽 주식 ETF에는 지난달 31억 달러(약 4조2천억원)가 순유입돼 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유럽연합(EU)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주식 ETF에는 지난달 68억 달러(약 9조3천억원)가 순유입돼 2023년 이후 2번째로 규모가 컸는데, 유럽의 평균적인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일본 주식의 비중이 작은 만큼 순유입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체디드 전략가는 봤다.
미국에 상장된 선진국(미국 제외) 주식 ETF에는 지난달까지 46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는 집계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체디드 전략가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 개선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일 대비 0.51% 오른 5,214.08을 기록해 5,200선을 회복했으며,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5% 상승한 39,387.76에 거래를 마쳐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유럽 증시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증시 흐름은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 발표에 따른 것으로 고용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금융시장은 미국의 물가·고용지표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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