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미국이 이스라엘군의 라파 진격을 막으려 무기 지원을 중단하더라도 이스라엘은 과거부터 미국에서 지원받아 비축한 무기를 바탕으로 라파 공격을 충분히 감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무기 보유 상황을 분석한 기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무기 지원을 중단해도 이스라엘에는 다른 폭탄이 남아있다면서 “이스라엘이 결정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진격을 할 수 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앞서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언급하며 “그들(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써 왔던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실제로 지난주 이스라엘로 향할 예정이었던 2천파운드(약 900㎏) 항공폭탄 1천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항공폭탄 1천700여개의 선적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탱크 포탄 등 항공폭탄을 대체할 무기를 상당량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이스라엘과 ‘미국이 10년에 걸쳐 이스라엘에 380억달러(약 52조원)의 무기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 장기 협정을 통해 그간 많은 무기가 이스라엘로 들어갔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무기 협정으로 마련된 자금을 바탕으로 11월에는 3억2천만달러(약 4천378억원)어치의 정밀폭탄 세트를 보냈고, 12월에는 1억600만달러어치(약 1천451억원)의 탱크포탄 1만4천개, 1억4천750만달러(약 2천18억원)어치의 155㎜ 포탄 5만7천개와 퓨즈·뇌관 등을 제공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 관계에 따라 미국은 지금까지 1천230억달러(약 168조원) 이상의 군사원조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에다 미국은 가자전쟁 시작 직후 이스라엘에서 비축하고 있던 자국 소유 포탄의 상당량을 이스라엘군이 군사작전에 쓸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에서 최대 44억 달러(약 6조원) 상당의 무기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스라엘의 국방예산도 만만치 않다. 작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5.3%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는 국방비를 GDP의 2%로 늘리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목표치의 2.5배 이상인 수준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이 대형 폭탄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대체 무기는 많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이스라엘 공군은 최근에 전력이 더 강화됐다.
미국은 지난 3월 이스라엘에 F-35A 전투기 25대 판매를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미국이 경고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면서 미국 도움 없이도 라파 진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미 말했듯 만약 해야 한다면 우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손톱 이외에 많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라파 진격을 강행할 경우 군사지원을 둘러싼 미국과의 균열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은 이스라엘이 필수 무기에 대한 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방예산을 GDP의 7∼8%까지 늘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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