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신용점수가 1000점 만점에 900점을 넘는 고신용자가 급증하면서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발맞춰 은행들은 연체율 상승을 잡기 위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규 가계대출 신용점수(3월 취급 KCB 기준)는 평균 933.2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취급 기준 평균 929.6점에서 3.6점 더 오르며 930점대로 넘어갔다.
이 기간 만기 10년 이상의 분할상환방식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29.6점에서 934.2점으로 4.6점 상승했다. 전세자금대출은 920점에서 926.6점으로, 일반신용대출은 923점에서 925.8점으로 각각 올랐다.
이들 은행의 신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신용점수는 지난달 평균 955.8점에 이른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 950점, 국민 953점, 농협 955점, 신한 957점 순으로 올라간다. 우리은행의 경우 평균 964점에 달한다.
이처럼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신용사면과 함께, 개인이 모바일 앱에서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점수를 올릴 수 있게 된 점이 영향을 주고 있다. 점수가 올랐다고 실제 신용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며 변별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담대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차면 추가 신용대출이 나가기 어려운데, DSR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는 보통 고신용자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대출로 신용 인플레가 심화하고 심사에 탈락하는 차주들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완만히 내려가던 대출 금리는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과 불확실성 확대로 국채금리가 오르고, 이는 국내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전날 평균 3.834%로 집계됐다. 지난달 1일 기준 3.737% 대비 0.09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은 21조7200억원, 상환액은 11조2204억원으로 순발행 10조4996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은행채 발행액이 상환액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채권 발행이 늘면 통상 가격은 내리고 금리는 오르게 된다.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3월(전월 취급 기준) 4.30%에서 지난달 4.32%로 0.02%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가 4% 이상인 은행은 1곳(3월 하나)에서 3곳(4월 국민·신한·우리)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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