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미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가 인플레이션으로 임대료와 생활비 등이 급등하자 신용카드 빚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시각) “젊은 미국인들이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신용카드 빚을 안고 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Z세대가 부채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평균 연봉이 크게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급등과 최소 생활비 증가 등으로 젊은 세대들의 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선 최소 금액만 지불하면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 탓에, 신용카드에 매달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 Z세대, 10년 새 신용카드 대금 26%↑
신용조사기관 트랜스유니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22~24세 평균 신용카드 대금은 2834달러(약 385만원)로 10년 전인 2013년(2248달러)과 비교해 26% 증가했다.
트랜스유니언의 글로벌 연구 책임자인 찰리 와이즈는 “이 세대는 10년 전 밀레니얼 세대보다 재정적 스트레스를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세대”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신용카드 사용 후 일시불과 분할 납부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분할 납부를 할 경우 한 달에 최소 50달러(약 6만8350원)를 갚아야 한다.
최소 금액만 내면 신용카드 사용 액수를 다 갚지 않아도 한도 내에선 계속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대료와 생활비 등이 급등해 Z세대가 신용카드 빚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대학 졸업자 평균 연봉은 그대로, 임대료는 급등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6만 달러(약 8205만원)다. 이는 2020년 평균 연봉인 5만8858달러(약 8048만8315원)와 비교해 1.94% 오른 액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의 평균 임대료는 약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임대 마켓플레이스 ‘렌트’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평균 임대료는 1987달러(약 271만원)로 1년으로 따지면 2만3844 달러(약 3260만원)이다. 이는 평균 근로자 월급의 최소 3분의 1에 달하는 액수라고 WSJ는 지적했다.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콧 폴포드는 “젊은이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은 부를 갖고 있다”며 “임대료 인플레이션이 너무 커 지난 몇 년은 특히 곤란에 빠진 이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살고 있는 직장인 안드리아나 쿠빌로(26)씨는 현재 침실 1개짜리 아파트에서 1200달러(약 164만400원)를 임대료로 내며 살고 있다. 1년 전 이사 왔을 당시 임대료는 1000달러(약 136만7000원)였는데 불과 1년 만에 20%가 오른 것이다.
보험 회사에서 고객 서비스 담당자로 일하며 연 3만 달러(약 4102만원)를 버는 쿠빌로씨는 임대료로 연봉의 4분의 1을 쓰고, 신용카드 3개로 식료품비와 가스요금 등을 내고 나면 결국 남는 돈은 1500달러(약 205만500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쿠빌로씨는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자기 삶을 스스로 살아갈 거라 생각했지만 경제 상황이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신용카드 개설↑…금리 인상에 신용점수↓
특히 미국 Z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른 세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용카드를 개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신용카드 회사가 카드 발급 자격을 완화한 영향이다.
빈티지스코어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약 5%가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3월께 1개 이상의 신용카드 계좌를 개설했다.
그러나 최근 2년 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빚도 가파르게 늘었고, 이에 따라 Z세대의 신용 점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빚의 늪에 빠진 미국 젊은 세대들의 상황이 장기적인 인생 목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빚이 많은 젊은 층은 신용카드 지불 연체율이 더 높다”며 “이로 인해 주택 소유와 결혼을 포함한 인생의 중요한 시점을 지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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