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던 주가 최근 한달간 약세 흐름…흔들리는 AI 특수 기대감
실적 발표 계기로 밸류에이션 부담 인식…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올해 들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종목의 주가 흐름이 최근 들어 지지부진하다.
증권가에서는 AI 강세장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장기적으로 AI 산업의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단기간에 극도로 높아진 기대치와 현실의 간극이 실적과 가이던스(실적전망)를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ETF는 5.25% 하락했다.
이 ETF는 한미반도체[042700], 리노공업[058470], 이수페타시스[007660], ISC[095340], 하나마이크론[067310] 등 주요 AI 반도체 관련 종목을 담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주를 포함한 AI 반도체 종목에 투자하는 ‘ACE AI반도체 포커스’ ETF도 같은 기간 3.66% 하락했다.
낙폭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직전 한 달인 3월 11일부터 4월 9일까지 이들 ETF가 각각 15.21%, 11.35% 올랐던 것과는 확실한 온도 차이가 있다.
개별 종목들의 주가로도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식은 것이 확인된다.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13.09% 상승하며 코스피 AI 반도체 랠리를 주도했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4.51% 하락했다.
‘8만 전자’ 복귀로 환호를 자아냈던 삼성전자는 4월 중순 이후 7만원 아래로 내려간 뒤 어린이날 연휴 직후 이틀을 빼고는 7만원대 후반대에서 횡보 중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주가는 5.83% 하락했다.
하나마이크론(15.40%), ISC(19.42%), HPSP[403870](15.28%)도 최근의 AI 열풍이 무색하게 주가가 내렸다.
앞서 지난달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예상에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내자 국내 반도체 주가가 출렁인 바 있는데, 최근엔 영국계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시장 전망을 하회하는 연간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AI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흔들리는 모습이다.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AI가 단기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언급과 함께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를 전후해 AI의 추세적인 강세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평가하면서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는 만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22일) 이전까지 상승 탄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3월 코스피의 2,750선 돌파를 견인한 것은 마이크론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확대 보도와 그에 따른 관련 종목의 신고가 경신,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 수혜 기대감이었다”며 “전고점 돌파를 위해서는 AI 수요와 관련된 강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도 “AI 관련 IT 주가의 저력이 다소 약해지고 있다. 4월 중순까지의 금리하락으로 인한 조정분은 대부분 되돌려졌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힘이 강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는 흐름에서 AI주로 쏠렸던 투자자의 관심이 경기민감주, 고밸류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발표는 증시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다”며 “금리 인하 기대로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반도체가 주도주로 재등극하기보다는 업종 내 실적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omj@yna.co.kr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