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의 상승 여부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에 달릴 전망이다. 반감기 이후 8700만원대로 밀려난 비트코인이 트럼프 재선에 따라 2억원까지 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까지 20만달러(약 2억7320만원)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C는 지난해 초부터 비트코인 1억 돌파를 예견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SC는 보고서에서 “내년(2024년)에는 12만달러(1억5186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가 나왔을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3만달러(3931만원)에 달했다.
◆”땡큐 트럼프”…비트코인, 대체자산 입지 굳어지나
전망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대체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현재 비트코인은 미국의 재정 악화를 헤징할 대표 대체자산으로 꼽힌다.
제프 켄드릭 SC 소속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트럼프 당선에 따라 미국의 재무 위기가 부각되면서 현재와 반대로 약(弱)달러 시대가 올 수 있다”며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면 투자자들은 대체 투자자산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행한 국채 규모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보다 4배가량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 정부 부채의 연간 평균 순매도액은 2070억달러(282조7620억원)에 달했지만, 바이든 대통령 임기에는 550억달러(75조1300억원)에 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독립성 위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연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는 임기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통화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재선에 따른) 연준의 독립성 훼손은 달러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며 “이는 대체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이벤트”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수용할 것”…찬성론자 된 트럼프
한때 비트코인을 사기(Scam)라 칭했던 트럼프가 찬성론자로 돌아선 것도 상승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그는 지난 9일 공식 석상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적대감을 멈추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우호적 태도가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미국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에 강경한 입장이다. 최근에는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가상자산 중 다수는 (미등록) 유가증권에 해당한다”고 발언해 시장이 급락하기도 했다.
켄드릭 SC 책임자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 상승세가 탄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튜 시겔 반에크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은행과 중개인이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가상자산 채택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현재 업계에서 비난받는 겐슬러 SEC 의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곧 상승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겐슬러 의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일 DL뉴스에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SEC 리더십은 교체될 것”이라며 “새 의장은 겐슬러보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연구원도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면서 SEC 의장이 교체될 수 있다”며 “이는 가상자산 산업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역시 겐슬러와 다른 입장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일 플로리다주에서 진행한 지지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가상자산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나는 가상자산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가 최근 대선 후원금을 가상자산으로 받으면서 그와 관련된 밈코인 마가(MAGA)는 30% 폭등했다. 마가는 트럼프가 지난 2016년 선거 당시 썼던 대선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어인 ‘MAGA’에서 따온 이더리움 기반 밈코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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