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국내외 기관들이 최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과 정부 등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당초 예상보다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거둔 1분기 깜짝 성장률에 당초 2% 초반으로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까지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 23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제시한다. 최근 한은은 경제전망 때마다 전망치를 낮춰왔다. 지난해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한 한은은 5월에는 2.3%로, 8월에는 2.2%로 더 내리다, 11월과 올해 2월에는 2.1%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향 조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0.5~0.6%)를 크게 웃도는 1.3%를 기록하면서다. 기저효과 영향으로 2분기 성장률이 0%가 나오더라도 3~4분기 각각 0.5%씩만 거둬도 산술적으로는 2%대 중반 성장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초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한해 성장한 걸 올해 1분기에 모두 했다”면서 “GDP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인가 문제는 기계적으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국내외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수정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달 초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2.6%로 높여잡았다. 견고한 반도체 수요에 수출 호조를 보이고 소비와 투자도 단기적으로는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을 받겠지만 올해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과 동일한 2.2%로 유지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하며 지난 1월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두 기관은 우리나라의 1분기 깜짝 성장률 발표 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해외IB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시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글로벌 IB 8곳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3월 평균 2.1%에서 2.5%로 높아졌다.
국내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삼성증권 등 10곳이 전망한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1분기 GDP 발표 직전 전망치(2.1%)보다 0.3%포인트 높다. 삼성증권은 2.7%를, 하이투자증권은 2.6%를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은 2.5%로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치가 잘 나와서 2분기에는 기술적 조정이 있어도 2.5%는 나올 수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연초보다 좋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봤다.
다만,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재정의 조기 집행이 많았지만 내수 악화로 2분기부터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연간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피벗(금리 정책 전환)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동안 금리 인하 주장의 가장 큰 근거로는 경제 부진이 꼽혀왔지만, 경기가 견조할 경우 금리 인하에 서두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트빌리시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깜짝 성장과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확대 등을 거론하며 “원점이란 표현을 하기 그렇지만 4월 (금융통화위원회) 때와 상황이 바뀌어서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은에 앞서 이달 16일에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상반기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기존 성장률 전망치는 2.2%다. 이어 다음달 말엔 기획재정부가 새로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종전 전망치는 2.2%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동행 기자단과 만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경제협력개발기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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