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테슬라가 지난달 말 충전소 네트워크인 ‘슈퍼차저’ 운영팀 직원 약 500명을 해고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최근 그중 일부를 다시 고용하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슈퍼차저 사업에 재차 힘을 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각) 미 폭스비즈니스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은 테슬라가 지난 1일 해고된 슈퍼차저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나 많은 직원이 재고용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복귀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 중 한 명은 테슬라의 북미 담당 책임자였던 막스 드 제거(Max de Zegher)다. 그는 슈퍼차저 팀 책임자였던 레베카 티누치 수석이사와 함께 해고된 최고관리자였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1일 슈퍼차저를 운영하는 팀을 폐쇄하고 팀 500명을 전원 해고한 바 있다.
최근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슬라가 더 이상 충전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당시 슈퍼차저 사업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실제 지난달 23일 발표된 올해 1분기 테슬라 매출은 213억 달러(약 29조3100억원)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3억3000만 달러)보다 9%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테슬라는 지난달 세계에서 약 10% 이상의 인원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의 전 세계 직원 수는 약 14만명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해고했던 슈퍼차저 직원들을 재고용하는 등 자신의 결정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슈퍼차저 사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비즈니스는 “테슬라의 이런 행보는 인원 감축과 슈퍼차저 사업 발 빼기 등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결국 슈퍼차저 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결국 그가 마음을 바꾼 데는 팀 해체에 대한 반발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머스크는 테슬라가 여전히 슈퍼차저 구축에 전념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X에 “반복하자면 테슬라는 올해 수천 개의 새로운 충전기를 만들기 위해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이며, 여기에 5억 달러(약 6850억원) 이상을 쓸 것”이라고 썼다.
머스크가 슈퍼차저 사업에 재차 신경 쓰는 것은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회사로 재배치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3일 테슬라 실적 발표를 하면서 “우리는 인공지능(AI) 또는 로봇 회사가 돼야 한다. 여러분이 테슬라를 (일반)자동차 회사와 똑같이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테슬라는 AI 슈퍼컴퓨터인 ‘도조’를 통해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조는 테슬라 차량이 모으는 데이터, 영상 자료 등을 처리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훈련하도록 설계된 AI 슈퍼컴퓨터다.
그만큼 테슬라 차량을 통해 AI 사업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계획인데, 해당 계획을 위해선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확보해 놓는 것이 유리하기에 슈퍼차저 사업에 다시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테슬라는 반도체 칩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에 탑재할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2027년까지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통해 연산 성능이 40배 이상인 시스템을 제공한다. 테슬라의 차세대 도조는 미국 뉴욕에 설치될 예정이다.
앞으로 테슬라는 텍사스 오스틴 기가팩토리에 1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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