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의 4월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월가와 연준이 모두 안심하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4월 물가는 전년대비 3.4% 상승했습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물가는 전년대비 3.6% 올랐습니다.
연준의 물가 목표는 2% 선입니다.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요. 특히 주택 임대료가 물가 하락에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주택 임대료를 반영합니다.
1) 주택 소유자 동등 임대료(OER)가 약 24%이고, 2) 주거용 주택 임대료는 약 8% 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물가는 임대료가 내려옴에 따라 연준 목표치로 내려올 수 밖에 없습니다. 임대료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그 계산법을 보면 물가 하락이 시간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주거용 주택의 임대료 측정 방법
주거용 주택의 임대료는 세입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임대료를 기준으로 측정합니다. 이 데이터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에서 수집되며, 임대료의 변동을 직접적으로 반영합니다. 글자 그대로 렌트비를 조사하는 겁니다. 질로우 렌트 인덱스(Zillow rent index), 신규 렌트 인덱스(New Tenant Rent Index) 등이 있습니다.
# 주택 소유자 동등 임대료(OER, Owner’s Equivalent Rent) 측정 방법
재밌는 것은 OER입니다. 이 수치는 실제 렌트비가 아닙니다.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집을 임대했다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료를 추정하여 측정합니다.
실제 임대료가 아닌 가상의 임대료입니다. OER 측정을 위해, 미국 노동통계국은 주택 소유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귀하의 주택을 누군가에게 임대한다면 렌트비를 얼마나 받으시겠습니까?”
주택 소유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누군가에서 세를 준다면 렌트비로 얼마를 받을 것은지를 ‘상상해서’ 답해보라고 하는 겁니다.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 세를 내지 않았지만 렌트비를 생각해보라는 것이죠.
미국은 ‘자가 주택’이라도 그 주택을 보유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물가에 반영하기 위해 OER을 측정합니다.
# 느리게 반응하는 OER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주택 임대료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약간의 수수께끼’라고 말했습니다. OER이 이같은 수수께끼의 해답 중 하나입니다.
팬데믹 당시 2021년에는 임대료 지수가 급등했으나 OER 지수는 뒤늦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는 시장 임대료 물가가 분명하게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OER은 오히려 꾸준히 상승합니다. 2023년 말에야 점차 하락세를 나타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통계 조사관의 질문을 받고는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집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 모기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받아야겠지?” 이렇게요. 실제 렌트비는 내려가고 있지만 금융 비용과 유지 비용을 감안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적어 내는 겁니다.
OER이 늦게 반응하고, 더 높은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됩니다.
# 전망과 시사점
미국의 임대료 인플레이션은 실제 렌트비와 조화를 이루며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준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연준 내부에서는 지금이라도 기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OER은 늦게 반응하니까요.
파월 의장은 신중합니다. “주택 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최종적으로 나타나긴 하겠지만,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인내심을 갖고 시장 동향을 관찰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물가가 ‘합리적’ 인 가격까지 떨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금융시장은 그보다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숫자 뒤에 숨은 뜻을 알아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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