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조아라 기자] 올해 국무조정실 가상통화 관련 회의기록과 자료가 단 한건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과 최대 수천억 규모의 범죄 발생으로 시장이 초토화되고 있지만, 컨트롤 타워 역할을 공언한 국무조정실이 대책 마련은커녕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아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최고 정부기관의 무책임 심각수준
19일 블록미디어가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무조정실 국정감사 제출 자료 (2018.8.16일자)에 따르면,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총 10차례의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가상통화 관련 안건이 다뤄졌다. 논의는 지난해 연말 발표 내용에 국한됐다. 김 의원 측이 국무조정실의 범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팀의 활동내역을 문의한 것에 대해 답변 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자료에는 지난해 12일 13일과 28일 발표한 긴급대책 및 특별대책의 이행상황을 점검했으며, 별도 회의자료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명시돼있다.
올해 논란이 된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과 범죄 피해 발생은 거론조차 안 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 발표한 긴급 대책 및 특별대책 이행상황 점검에 대한 회의결과도 없어, 실제로 점검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8월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가상통화 관련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암호화폐 관련 법적공백은 고사하고 명실공히 최고 정부기관의 책임 방기 행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일년이 다 지나고 있지만 그동안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 차관 회의가 열리면 논의가 끝난 후 늦어도 당일 안에 관련 보도자료가 나온다. 국무조정실 소관 위원회의 경우 활동내역서에 회의 날짜, 횟수, 참석자와 안건을 기록해 보관한다. 범정부 차원의 가상통화 TF팀이 꾸려지고 정부 발표까지 있었다면 적어도 활동내역서 수준의 회의 기록이 남아있어야 정상이다.
◇ 국무조정실이 가상통화 대책 주도하면서 사실상 중단
뿐만 아니라 국무조정실이 제출한 자료에는 별도 관계기관 합동 TF팀이 구성된 바 없다는 내용이 잘못 명시돼 있다. 실무자가 가상통화 TF팀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가상통화 TF팀 활동이 전무했음을 암시한다.
실제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에서 진행된 가상통화 논의는 지난 1월 23일 총리지시사항으로 공직자의 가상통화 보유와 거래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마지막이다.
정부 차원의 가상통화 관련 대책은 당초 금융위원회 소관이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국무조정실이 진화에 나서면서 총괄권한이 넘어갔다.
지난 1월 15일 국무조정실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갖으면서 “범정부차원에서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되어 가상통화에 대한 부처입장 조율 등에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되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정부 차원의 모든 가상통화 관련 대책은 이때부터 멈췄다. 해외의 암호화폐 시장 동향을 조사하던 금융당국의 관련 활동은 전면 중단됐고, 주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국무조정실은 아무것도 안했다.
김선동 의원실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이 총괄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 아무런 진척 사항이 없다”며 “금융당국의 활동도 해외사례 국제동향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멈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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