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2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송파구 등 일부 단지에서 갭투자가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내 갭투자 건수는 송파구가 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성동구 38건 ▲노원구 34건 ▲강동구 32건 ▲마포구 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송파구 거여동 송파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 전용 105㎡는 지난 2월 14억원에 매매됐는데 같은날 10억5000만원에 전세계약도 체결됐다. 이 둘 사이의 차이를 따져 보면 매수자는 3억5000만원에 해당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성동구 응봉동 대림 2차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2월 10억7500만원에 매매계약지, 한 달 뒤인 3월에는 보증금 6억원에 전세계약이 각각 체결됐다. 둘 사이의 차이는 4억7500만원 수준이었다.
노원구에서는 갭 차이가 1억원대에 불과한 거래도 나왔다. 노원구 공릉동 공릉3단지라이프 전용 34㎡는 지난 3월 3억1200만원에 매매된 뒤 지난달 보증금 1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 1억220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아파트를 매수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은빛 1단지 전용 59㎡ 역시 지난 3월 4억5000만원에 매매된 이후 이틀 만에 3억1000만원짜리 전세계약을 맺어 1억4000만원의 갭으로 집을 사들였다.
이처럼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전셋값이 1년째 상승세를 보이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좁혀지자, 투자자들이 비교적 적은 투자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둘째 주(1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7% 상승하며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전세가 비율이 60%에 못 미치고 있기에 시장 혼란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갭투자가 유입되기 시작하면 매매가격도 다시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전셋값이 오르니 아예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생겼지만 이는 구입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는 아니다. 아직 전세가 비율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며 “전세가격이 올라 매매가격을 압박하려면 전세가 비율이 60%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4월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서울 53.2%, 전국 66.9%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서울이 50.8%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올랐지만, 과거 고점이었던 2016년 6월 75.1%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박 전문위원은 “다만 지금처럼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 갭투자가 유입되면서 매매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