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깜짝 성장 덕에 상향 불가피…경기·재정 여력은 변수”
“소비자물가 전망치 2.6%로 유지하겠지만…상방 압력 크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1분기 깜짝 성장과 수출 개선세 등을 반영해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의 2.1%에서 2%대 초중반까지는 올려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 투자 부진 등을 고려하면 1분기 같은 성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한은이 기존 전망(2.6%)을 유지하겠지만 상방 압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1분기 깜짝 성장에 전망치 상향 불가피…2%대 초중반까지 올릴 듯
19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한 것으로 나와 기존 전망 경로를 웃돈 것을 고려하면,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1분기 GDP 성장률에 대해 “우리(한은) 생각보다 성장률이 굉장히 좋게 나왔다”며 “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고, 얼마나 상향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들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2%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해 11월 2.1%에서 이달 2.5%로 전망치를 상향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분기 성장률을 반영해 조정하면, 한은이 2.5∼2.6% 중 하나로 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전망치를 올린 것과 관련해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이라는 기존 시각은 유지하면서도 1분기 성장률을 반영해 경로를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한은이 2% 중반, 2.5% 정도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1분기 수출 성장 개선 등을 고려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2.4∼2.5% 정도로 성장률 전망을 올릴 것”이라며 “내수는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 수출 개선을 근거로 삼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와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4%,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3%를 예상했다.
◇ 1분기 GDP 하향 조정 가능성은…재정지출 여력도 향후 성장에 변수
한편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분기 GDP 하향 조정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전망치 상향에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1분기 GDP 속보치가 잠정치로 수정될 때 낮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속보치에는 3월 수치들이 일부 전망치로 들어갔을 텐데,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보면 경기가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도 “산업활동동향과 GDP 세부 항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괴리가 클 수도 없다”며 “1분기 GDP 조정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6(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2.1% 감소했다.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낙폭 역시 2020년 2월(-3.2%)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컸다.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도 변수로 꼽힌다. 1분기 내수가 양호하게 나타난 것은 정부지출이 확대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지출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월별 재정 동향을 보면, 정부가 1분기 돈을 많이 썼다”며 “연간 대비 1분기 재정집행 진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이고, 상반기 조기 집행을 많이 한 작년보다도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2, 3, 4분기 재정지출 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늘어나 세금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 세금이 걷히는 건 내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재정지출 여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되거나 위축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안재균 연구위원도 “1분기 양호한 내수는 정부지출이 확대된 영향으로 본다”며 “2분기도 재정 조기 집행 기조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금리 장기화에 소비·투자 위축…2분기도 깜짝 성장 계속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경제 성장률을 올려잡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건설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1분기 같은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지난 3월 나란히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99.6으로 전월보다 0.3p 하락했으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3으로 전월보다 0.2p 내렸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동행지수가 부진하게 나타나고, 내수·건설 부문도 부진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분기 호조 지속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도 “건설 부문도 수주 등 선행지표를 보면 좋지 않은 상황이고, 소비 역시 기저효과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경기가 안 좋은데 소비가 확 늘어난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1분기 성장률 호조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고금리 장기화 여파, 건설 투자 위축, 순수출 성장 기여도 감소 등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도 수출이 성장을 이끌겠지만, 소비는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1분기보다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세성장률을 웃도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한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유지할 듯…유가·환율·농산물·공공요금 변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과 관련해서는, 한은이 이달 경제전망에서도 지난 2월 전망 수준(연 2.6%)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연속으로 3.1%에 머물다가, 4월 2.9%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둔화하기는 했지만, 한은의 목표 수준(2%)은 여전히 웃도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에 있어 주요 변수로 국제 유가 흐름, 환율, 농산물 가격, 공공요금 등을 꼽았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공급 측 요인에 큰 변동이 없고 수요도 물가를 자극할 만큼 강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물가 전망치는 2.6%를 유지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안예하 선임연구원도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바 있으나 재차 70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내수 부진 또한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헤드라인·근원물가 전망치는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상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지하거나, 소폭 상향할 것으로 본다”며 “농산물 가격 상승, 서비스 물가로의 가격 전가, 높은 환율 수준으로 인한 고물가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앞으로 중동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유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공공요금 쪽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환율도 높아 수입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고, 여름 기후 불안으로 먹거리와 농산물 가격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률이 1분기 이후에도 좋다면 수요 측에서도 물가 압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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