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돌반지 하나 선물하려면 5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죠.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국제 금값은 조만간 2400달러에 도달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배경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짙어지며 미 달러와 대체 관계인 금값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습니다. 아울러 달러 패권에 저항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금 사재기와 부동산과 증시 침체에 투자처를 잃은 중국 자본의 금 투자가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38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금 가격은 최근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1돈(3.75g) 가격은 2월 말 37만원에서 최근 43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국제 금 시세가 조만간 온스당 24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덴마크 삭소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 가격이 조만간 온스당 2400달러 수준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씨티은행은 연말 금값을 온스당 2500달러를 넘어서고 향후 6~18개월 이내에 3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최근 금값 급등은 중동 분쟁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에 높아진 안전자산 선호와 미국이 연내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값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이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화폐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 매입으로 헷지(위험 분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각국은 너나 할 것 없이 금 매입에 나사고 있습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총 1037t에 달하는데 이는 2년 전(1082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특히 중국의 금 사들이가 눈에 띕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전체 금의 4분의 1 규모인 225t을 매입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통계를 공개한 1977년 이후 최고치죠. 이 결과 중국의 금 보유량은 2022년 10월 말 1948t에서 올해 3월에는 2262t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중국의 금 매입 배경에는 투자 상품으로 금이 달러보다 매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있지만, 이는 최근 과도한 금 매입을 모두 설명하진 못합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달러 패권에 저항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에 도전해 위안화를 기축 통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국 경제와 상관없이 세계 무역 결제의 70%를 차지하는 달러 가치가 1%만 하락해도 각국의 자산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달러 독립에 나선 셈이죠.
이에 중국은 러시아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가스와 석유 거래에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는 등 위안화 패권에 앞장 섰지만, 최근 경기 부진에 위안화가 기축 통화가 되기는 갈길이 멉니다. 결국 중국은 달러의 대체관계인 금 보유를 늘려 달러값 변동에 대비하는 한편, 미국의 영향력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높아지면서 달러 패권으로부터의 독립은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됐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는 중국이 금 매입에 더욱 열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입니다. 무역 마찰 외에도 대만 문제 등으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중국으로서는 경제 제재로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는 미국 국채보다 현금화가 용이한 금 보유가 더 나은 선택인 셈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금융 제재를 보면서 중국이 위기 의식을 느낀 후 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형태의 자신이 바로 금”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가 하면 금 매입은 중국 내 민간에서도 적극 이뤄집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가 금지된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시장 침체로 투자할 곳은 금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죠.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는 지난달 “경기 침체와 해외 투자 제한으로 최근 중국 내 금 구매가 급증했다”고 분석합니다.
최근 금값이 무섭게 치솟자 그동안 금 매입에 인색했던 한국은행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 매입을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한은은 지난 2011년 40t, 2012년 30t, 2013년 20t의 금을 추가로 사들인 뒤 투자 실패라는 비난에 직면한 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총량을 10.4t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지난달 한은 블로그를 통해 “한은은 향후 외환보유액의 증가 추이를 봐가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 전개 상황, 국제 금 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면서 금 투자의 시점 및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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