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금속·귀금속 가격의 장기적 상승을 예측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구리나 금 등 주요 금속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구리의 경우 3월 초 이후 30%가량 올라 이번 주 t당 1만1천 달러를 돌파했다. 사상 최고치다. 구리는 탈탄소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금속으로 평가된다.
JP모건의 금속·귀금속 전략 책임자 그렉 시어러는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구리의 경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세계적으로 수급상 변곡점에 있으며, 인플레이션 헤징에도 필요하다”면서 “공급 물량을 억지로 뜯어고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러 펀드 자금이 ‘지금은 구리에 투자할 때’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구리 가격 급등은 다른 산업용 금속 가격을 부추겨 금속 가격 전반이 오름세다.
아연과 알루미늄, 납 등 기타 비금속은 4월 초 이후 지금까지 15~28% 급등했다. 금도 트로이온스당 2천450달러를 넘어섰으며, 은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30달러를 넘어섰다.
그렉 시어러는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트레이더와 전문 원자재 투자자, 여타 매크로 펀드 등에서 “뚜렷한 자금 유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속 가격은 종종 투자자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지난해의 경우 금속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가격은 예상외로 하락했다. 올해는 공급이 늘고 있는데도 가격이 반등했다. 일반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맞지 않게 가격이 움직이는 셈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8.8%에서 최근 1년간 2%로 뚝 떨어졌다. 대신에 주식과 채권 비중이 크게 늘었다.
KLI 자산관리의 리카르도 레이만 최고투자책임자는 “요즘 시장은 근본적으로 모든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귀금속 가격 상승은 주로 장기적 가격상승을 노리는 펀드 등의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가격 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원자재를 사놓는 자금이 늘었다는 것이다.
뉴욕상품거래소와 런던 금속거래소의 비금속 분야 순투자 롱포지션(가격 상승 예상 투자) 규모는 5월 중순 기준 260만t으로 3월 초의 55만6천t에 비해 5배가량으로 늘었다. 2020년 말의 이전 최고치도 넘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글로벌 펀드매니저 중 13%가 원자재 상품 투자 비중을 높였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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