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코인 시장 대형 호재로 떠오른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승인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월가를 중심으로 갑자기 퍼진 만큼 기대감은 최고조인 상태다. 다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치적 상황에 불과하다며 급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4일 오전 6시(미국 동부표준시 기준 23일 오후 4시)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앞서 SEC가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발표한 시간대와 동일하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3일은 SEC에 최초로 접수된 이더리움 현물 ETF(반에크)의 승인 여부 결정 마감일이다. 따라서 시장은 해당 날짜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발표 시점으로 점쳐왔다.
◆갑자기 쏟아진 ETF 낙관론…배후는 바이든?
현재 시장은 승인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국 월가뿐 아니라 현지 유력 매체들까지 나서서 승인 전망을 앞다퉈 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1억 돌파’를 예견했던 영국계 투자은행(IB) 스탠다드차타드(SC)는 승인 확률을 90%까지 내다봤다. 제프 켄드릭 SC 디지털자산 연구 수석은 전날 더블록 등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가 이번주 드러날 것”이라며 “승인 확률은 80-90%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배런스는 SEC 내부 분위기도 함께 전했다. 배런스는 전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하며 “SEC 내부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상장 승인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발행사와 거래소의 신청서가 빠르게 처리된다면 이번 주 내 승인도 가능하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때처럼 SEC가 한 번에 다수의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낙관론이 쏟아지는 상황이 투자자들에겐 다소 갑작스럽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승인 확률 90%를 점친 SC는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이더리움 현물 ETF의 5월 승인이 어려워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 역시 지난 20일(현지시간) 예상 승인 확률을 75%로 높였다. 이는 그가 지난 3월 밝혔던 확률인 25%보다 3배 상향된 수치다.
이같은 선회는 백악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가상자산에 강경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親)가상자산 행보가 이를 부추겼다는 진단도 나온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CNBC 스쿼스 박스에 출연해 “백악관이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수 있다”며 “미국 현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이제야 가상자산 보유자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입장을 바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내 가상자산 보유자 수는 전체 인구 약 4분의 1인 8500만명으로 집계됐다.
다니엘 쿤 코인데스크 매거진 부편집장 역시 전날 칼럼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가상자산 규제 완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백악관의 입장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행보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승인된다면…”이더리움, 2000만원 돌파 가능”
시장 분위기대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된다면 가격 폭발은 당연한 수순이란 예상이 나온다. 먼저 승인된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이 제도권 자산 반열에 오르면서 기관 수요 등이 폭발할 것이란 점에서다.
승인 이후 점쳐지는 최고 가격대는 약 2000만원이다. 현재 가격(520만원) 대비 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켄드릭 SC 수석은 “SEC가 이번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면 이더리움은 올해 연말 8000달러(1092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이후 첫 1년 동안 약 150억~450억달러(61조47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더리움은 내년 1만4000달러(1912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글로벌 IB 번스타인도 이더리움 ETF 승인에 따른 폭등을 예상했다. 번스타인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 규제 당국이 이번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할 경우 이더리움은 6600달러(901만원)까지 급등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현물 ETF 승인 이후 몇 주 동안 75% 상승한 것과 같이 이더리움도 비슷한 상승 폭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트코인이 강세를 띠는 ‘알트장’ 도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특히 이더리움 기반 밈코인들이 랠리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페페(PEPE) ▲도지코인(DOGE) ▲시바이누(SHIB) ▲플로키(FLOKI) 등은 지난 20일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낙관론이 나온 이후부터 20% 이상씩 급등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더블록은 전날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기대감만으로 이더리움 기반 밈코인들이 랠리 중”이라고 진단했다.
모든 알트코인의 강세가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 경쟁 블록체인으로 꼽히는 레이어1 코인들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더리움 킬러로 불리는 솔라나(SOL)를 비롯해 아발란체(AVAX)와 니어프로토콜(NEAR)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12월 이더리움이 부진할 때 반사 수혜로 7배씩 상승한 바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더리움 가격이 강세로 반전될 때 (경쟁자로 꼽히는) 알트코인 상승세는 주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온체인 분석 플랫폼 샌티멘트는 전날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현물 ETF 승인 가능성에 따라 이더리움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강한 매수 심리를 보이고 있다”며 “(동시에) 비트코인과 솔라나의 매수 심리는 이에 비해 다소 약하다”고 분석했다.
현물 ETF 승인이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승인 이후에도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회의론자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더라도 신규 외부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며 “이더리움 선물 ETF에 있던 자금이 현물 쪽으로 이동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존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포지션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며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감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승인 불발 가능성도…변동성 주의보
승인 불발 가능성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과정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관측이다.
미국 금융 전문 변호사 스캇 존슨은 전날 X를 통해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S-1(증권신고서)을 검토하는 데 거의 4개월을 보냈다”며 “(이더리움의 경우) 이런 작업이 이제 막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상황에서 그 어떤 것도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SEC가 얼마나 빨리 그 과정을 추진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SEC는 S-1 제출 전 단계인 ’19B-4(정식 심사요청서)’ 수정본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전날 X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의 잠재적 발행사 중 5곳(피델리티, 반에크, 인베스코-갤럭시, 아크-21쉐어스)이 수정된 19B-4 서류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ETF가 출시되려면 SEC로부터 19B-4와 S-1 서류를 모두 승인받아야 한다. 19B-4는 거래 및 시장 부서, S-1은 기업금융 부서가 승인을 담당한다. 앞서 비트코인 현물 ETF도 ’19B-4 승인→S-1(증권신고서) 승인→현물 ETF 승인’ 순서로 진행됐다.
이번 상황이 표심을 얻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쇼맨십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S-1 승인까지 과정이 남은 만큼 승인 불발은 예상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더블록 소식통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건이 정치적 이슈로 변모한 것은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SEC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점을 미뤄봤을 때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 19B-4 서류를 받은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결국 불발된다면 시장이 급락세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현재 시장이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아오른 만큼 승인 불발에 따른 낙폭이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린 천 데리비트 담당자는 전날 X에서 “이더리움 가격 변동성 지수(DVOL)가 80을 상회하면서 전년 대비 98%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현물 ETF 승인 기대감으로 시장 심리가 극도로 고조돼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루카스 키엘리 일드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더리움이 현물 ETF 승인 발표 이후 단기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조심스럽게 임해야 한다. SEC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어느 결정이든 내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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