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난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중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데, 물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어서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나머지 5명은 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공개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1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통화 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나머지 5명은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증대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하반기 월평균 전망치를 2.3%에서 2.4%로 변경했다”며 “연간 전망치는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상향 조정했는데, 첫째 자리를 변경해 전망 자체를 바꿀 정도로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추세)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간에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을 확인하고 그다음 폭을 생각해야 할 텐데,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서 아직 거기까지 논의를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안정된다면 내수와 수출 간의 조화를 어떻게 할지, 금리를 너무 낮췄을 때 미래 금융안정을 어떻게 할지 등을 다 고려해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물가가 확실히 오르면 인상을 고려해야겠지만, 현 상황에서 가능성이 제한되지 않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과의 탈동조화에 관한 질문에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변함에 따라 환율 시장과 자본 이동성이 주는 영향,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면서 하반기 통화정책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피벗(정책 전환) 시그널을 작년 말부터 줬기 때문에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총재는 한은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높인 주요 배경으로 순수출 증가를 들었다.
그는 “글로벌 IT(정보기술) 경기 호조와 미국 경제 강한 성장세 등 대외 요인이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p) 상향 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내수 부진 등 대내 요인은 0.1%p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높이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서도 “성장률 상향 조정이 물가 영향이 크지 않은 순수출 증가에 상당 부분 기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에 대해서는 “2분기에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3분기와 4분기에 다시 좋아질 것”이라며 “수출과 내수 사이에 간극이 있고 내수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한 게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내수가 좋아졌다고 한 것은 1분기 데이터를 보니 지난 4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표현”이라며 “전체적인 GDP 성장률에 비해 좋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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