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er Ko] 현지 시간 5월 22일, 미국 내 크립토 산업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고,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런칭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법안이 통과됐다.
H.R. 4763 (Financial Innovation and 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Act, FIT21) 법안은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와 CFTC(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간의 규제 경계를 명확히 하여 디지털 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판단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거래위원회(CFTC) 간의 규제 경계가 디지털 자산의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디지털 자산이 구동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기능적이고 탈중앙화되어 있을 경우(Functional and Decentralized) 상품으로 분류되어 CFTC의 관할이 된다.
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기능적이지만 탈중앙화되지 않은 경우(Functional but not Decentralized) 증권으로 분류되어 SEC의 관할이 된다.
지금까지 크립토 업계에서 규제와 관련된 잡음은 주로 증권성과 관련되었고, 이는 증권을 관장하는 SEC와 시장 간의 힘겨루기로 표현되곤 했다.
이러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규제가 불명확하고, 관련 규제의 주체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SEC의 돌발 행동에 따른 시장 충격은 줄어들고, CFTC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법안 속 탈중앙화의 정의, ‘단독 제어권, 특수관계인 20% 이상 통제권’ 주목
본 법안은 탈중앙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법안에 따르면 특정 주체가 블록체인에 대한 단독 제어권이 없고, 발행자 또는 특수관계인이 20% 이상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통제권 혹은 투표권을 가지지 않는 경우를 탈중앙화된 것으로 본다.
이더리움 이후에 등장한 레이어1 네트워크들의 경우 발행자와 특수관계인이 20% 이상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이 법안의 조건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정의가 법안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들은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분산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갈 가능성도 크다.
다만, 탈중앙화에 대한 정의는 아직 불완전하다. 예컨대 발행자와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면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발생하고, 프로젝트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법안에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정도에 따라 해당 네트워크 위에 발행되는 디지털 자산의 증권/상품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나, 디앱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자산들의 토큰 유틸리티를 고려하면 이를 증권/상품 판단의 단일 조건으로 보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법안이 탈중앙화의 정의에 대한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규제 명확화의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미국내 프로젝트 런칭 기반 다져, 소비자 보호 요구사항 명시
이외에도 본 법안은 크립토 거래소의 감독을 강화하며 소비자 보호 규칙을 강화하고 미국에서 프로젝트가 런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고객 자금의 분리, 내부자 토큰의 락업 기간 및 연 간 판매량 제한, 공시 요구사항 강화 등 다양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요구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크립토 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제의 도입 역시도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의 유입을 통한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규제 프레임워크는 불명확하고 파편화되어 있어 그 자체로 불완전하다. 이는 혁신을 저해하고, 악의를 가진 사람들이 규제의 빈틈을 악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왔다.
이런 상황 속 책임 있는 기업가들과 스타트업들은 모호한 규제로 고통받아 왔고, 이는 기술 혁신을 저해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에어드랍이나 토큰 세일 등에 있어서 규제가 불완전한 미국을 배재해 온 것이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H.R 4763 법안은 블록체인 기술이 번창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하려 한다. 특히 디지털 자산의 독특한 구조를 관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강력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제공하며, SEC와 CFTC의 관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한편, 법안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법안이 탈중앙화의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여 SEC의 관할권이 과도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점, 여전히 탈중앙화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여 해석의 여지를 크게 남기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 전, 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과 바이든 행정부는 각각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반대 입장은 표명하였을지언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H.R. 4763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블록체인 기술과 크립토 산업이 미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현재의 불확실한 규제 환경은 혁신을 저해하고,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미국 시장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법안이 통과되고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마련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고자 Ander Ko | 동남풍이 분다 텔레그램 채널 운영진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