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차 개소세 면제·재정준칙 등 폐기 수순…정책 추진 험난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정부가 추진했던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경제정책 입법이 21대 국회에서 끝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오는 29일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새로 꾸려질 22대 국회에서도 정부의 정책 실현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있다.
법안은 올해 상반기 카드 사용액이 작년 상반기보다 5% 이상 늘어나는 경우 증액분에 대해 연간 100만원 한도로 20%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사용 증가분에 대해 10% 소득공제가 적용되는데, 민간소비 활성화를 위해 공제율을 더 높이자는 게 정책 취지다. 같은 취지로 상반기 전통시장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40%에서 80%로 올리기로 했다.
법안은 또 10년 넘은 노후차를 폐차하고 올해 신차를 구매하는 경우 개별소비세 등을 70% 감면하는 내용도 담았다. 노후차 교체를 촉진해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다.
지난 1월 발의된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21대 국회는 오는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그 이전에 기재위가 열려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상향과 노후차 교체 시 개소세 감면은 정부가 연초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내용들이다.
정부가 예고했던 다른 세제 정책들도 줄줄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양도소득세 체계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1세대 1주택자 특례 적용 등도 21대 국회에서는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추진해온 재정준칙 법제화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나라 살림 적자를 줄여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춰보자는 취지다.
‘건전재정’ 기치를 내세운 윤 정부의 핵심 법안으로 꼽혔으나, 여야 이견 속에서 21대 국회에서는 법제화가 무산됐다.
정부는 이들 법안을 새로 열리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 구성 협상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정기국회가 열리는 오는 9월에야 해당 정책들이 본격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맞닥뜨린 입법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이후 남은 3년 동안에도 여소야대(與小野大) 환경 속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처럼 대부분의 핵심 정책은 입법 과제인 경우가 많다. 야당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발표한 정책을 실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가 기업가치 제고 대책 ‘밸류업’의 일환으로 발표한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 역동경제 대책의 일환인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 확대 등도 모두 입법 과제다.
특히 금투세 폐지처럼 야당과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경우 정부 의지대로 실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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