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27일 엔비디아 훈풍에도 홀로 하락하던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웃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71% 오른 7만7천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말 엔비디아(2.57%) 등 미국 기술주 강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칩이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 여파가 이어지며 홀로 내림세를 보였다.
이날 장 중반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000660]와 한미반도체[042700]가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2.50% 내려 7만4천원까지 밀렸다.
그러다 오후 들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엔비디아의 삼성전자 HBM 검증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주가가 급반등해 막판 3.03% 오른 7만8천2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에 주가가 움직였다는 반응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라는 인식에 힘을 쓰지 못하다,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 기대감이 일자 갑자기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개인과 기관이 이날 삼성전자를 각각 4천310억원, 2천530억원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 올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이에 반해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7천140억원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팔았다. SK하이닉스는 3천820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담고, 한미반도체(580억원)도 세 번째로 많이 산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를 두고 동상이몽(同牀異夢)을 하는 셈이다.
AI 반도체 모멘텀과 삼성전자 관련 셈법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복잡하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수요 상승으로 메모리 업계의 증익 가속화를 전망한다”며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의 HBM을 통한 수익성 제고 효과가 다시 부각되며 업계 전반 기대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5만원에서 28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10만원에서 10만5천원으로 올렸다.
지금까지처럼 AI 모멘텀의 수혜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후반 스퍼트에 대한 기대도 살아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품질 통과 실패 이슈 관련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결점이 발견됐더라도 고객사 엔비디아와의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다른 한편에선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의 성장 모멘텀이 이미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으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 말 495.22달러에서 지난 24일 1천64.69달러로 올해 들어서만 115% 오른 상태다.
대신 메모리 반도체에 강한 삼성전자의 강점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성장은 지속되나 엔비디아 성장 모멘텀은 둔화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다른 AI 반도체 기업으로의 성장 모멘텀 확산도 제한적”이라며 “SK하이닉스의 경우 20만원 이상에서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상대적 부진 국면이 해소될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삼성전자는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