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민연금이 미국 주식시장 호조 등에 힘입어 5.8%의 양호한 수익률을 지켰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해외 쏠림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 수익률은 13.45%를 기록한 반면 국내주식은 5.53%에 그쳐 약 8%포인트(p) 격차가 벌어졌다.
31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분기 말 기준 5.82%의 수익률, 61조원의 수익금을 올리며 총 1101조원의 기금 적립금을 잠정 기록했다.
양호한 수익률의 일등공신은 이번에도 해외주식이다. 1분기 해외주식 수익률은 13.45%로 자산군 중 가장 높았다. 연초 대비 글로벌 주식시장 상승률은 달러 기준 8.32%, 원달러 환율은 4.45% 오르면서다.
특히 소위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의 비중을 늘린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경계감에도 인공지능(AI) 수요 기대 등으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분기 중 마이크로소프트는 21만2817주 추가 매수했으며 애플은 39만3294주, 엔비디아 7만2917주, 아마존 30만6954주, 메타 6만223주, 구글 클래스A 14만2963주, 구글 클래스C 7만770주씩 늘렸다.
반면 국내주식 수익률은 5.53%에 그치며 해외주식과 약 8%p 차이를 보였다. 1분기 코스피는 연초 대비 3.44% 올랐다. 해외 채권과 국내 채권 수익률은 각각 4.48%, 마이너스(-) 0.01%로 역시 4%p 넘는 차이를 보였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2018년 이후 해외 주식을 넘어선 적이 없다. 역대 최고 수익률은 보인 지난해에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수익률은 23.89%를, 국내주식은 22.12%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장기 수익률을 위해 꾸준히 해외 투자와 대체 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겼고, 2028년까지는 6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비중 확대의 명분은 또 있다. 국내 주식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기금 규모가 감소하는 성숙기에 연간 수십조원 수준의 매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분기 말 기준 비중은 해외주식 33.3%, 국내채권 29.2%, 국내주식 14.2%, 해외채권 7.2%, 대체투자 15.8% 등이다.
다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서 국민연금 역할론이 커지고 있어 기금운용본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정책은 상장사들이 보다 주주 환원 등 기업 가치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정부가 공시 가이드라인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무작정 줄이기도 난감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밸류업 롤모델 국가인 일본에서는 공적연금 GPIF의 국내주식 운용 자산 비중이 25%로 국민연금(14.2%)의 두배에 달한다.
해외주식 비중 확대 기조와 밸류업의 상충 우려에 국민연금은 “국내 비중 축소에도 투자 절대 금액이 줄어들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원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 제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위탁투자, 가이드라인 마련, 투자 유형 배분, 책임투자 등 간접적인 방법들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31일 이날 ‘2025~2029년도 5개년 중기 자산 배분’과 ‘내년도 국민연금 기금 운용 계획안’을 심의한다. 이번 기금위에서는 국내외 주식·채권과 대체투자 등에 대한 대략적인 목표 비중을 결정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