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명목 중립금리를 1.8~3.3%로 추정했다. 중간값은 2.55%로 시장의 중립금리 예상치(2.5%)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추정치는 금융 안정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로 이를 감안하면 금리 인하 기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 2일차 특별 세션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이 지난 30일부터 개최한 이번 행사서는 ‘중립금리의 변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함의’로 중립금리에 관한 최신 연구결과 및 정책사례에 대해 논의된다.
중립금리란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로 하는 준거 금리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을 경우 금리 차이만큼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반대로 낮을 경우 인상 기대가 높아지게 된다.
도 과장은 우선 팬데믹 이전인 2000년 1분기에는 실질 중립금리를 1.4~3.1% 수준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 1분기 중립금리 추정치로는 -1.1~0.5%를 내놨다. 장기 시계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립금리 추정치는 높아진다. 올해 1분기 추청치로는 -0.2~1.3%를 제시했다. 실질 금리 기준으로 여기서 물가 목표인 2%를 더해 명목 중립금리를 계산하면 1.8~3.3%가 된다.
추정에는 잠재성장률과 기타 요인 등의 합으로 구성된 준구조 모형 2개와 실질 금리의 장기 전망치를 중립금리로 정의한 시계열 모형 2개 등이 사용됐다.
다만 도 과장은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상승 전환 여부는 향후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중립금리 변동 요인으로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등 인구 구조과 소득 불평등을 하방 요인으로 봤다. 상방 요인으로는 고령화 관련 지출과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증가, AI(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생산성 증가, 기후 대응 투자 등을 꼽았다.
도 과장은 “장기에 걸친 중립금리 향방은 인구 구조 변화와 기후 변화 대응, AI 관련 생산성 변화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 외에도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잠재 성장 제고 여부가 향후 핵심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평가는 다양하다. 도 과장이 추정한 명목 중립금리의 중간값은 2.55%로 시장에서 예상한 명목 중립금리(2.5%)보다 소폭 높다. 현재 기준금리(3.5%)와 차이가 줄며 당초보다 금리 인하 압력이 줄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추정치는 전날 이창용 총재가 언급한 금융 안정은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 총재는 전날 금융 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 안정만 반영한 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면 금리 인하 압력이 더 크게 줄게 된다.
고점(3.3%)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기준금리(3.5%)와의 차이는 0.2%포인트에 불과하다. 금융 안정까지 반영해 중립금리 추정치가 더 오르게 되면 현 수준과 차이는 더욱 줄게돼 금리를 낮출 필요가 미미하다는 결론까지 도출할 수 있다.
다만, 중립금리 추정치의 저점(1.8%) 기준으로는 최대 2% 수준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시각도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저점 기준으로는 최대 2%까지 내려가는 기대를 갖게 하는데 이는 금융안정까지 고려할 때 시장의 기대와 큰 차이가 없다”면서 “초반에 느리게 인하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봤다.
한편,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1차례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이 높다. 예상 시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유력한 9월 전후다. 한은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시장의 전망대로라면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25%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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