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채굴 등 신산업 경쟁이 가열되면서 이를 구동할 전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석탄화력발전소 폐기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등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신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전력 생산이 중요해진 상황인데,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려고 해 온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각)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폐쇄 날짜가 연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30년 폐기 예정 美 석탄화력발전소, 전년 대비 40%↓
에너지 정보분석업체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2030년까지 폐기 예정인 미국 석탄화력발전소의 규모는 총 54기가와트(GW)로, 지난해 예정됐던 규모보다 40%나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미국 전력 발전사 얼라이언트에너지는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석탄화력발전소를 천연가스화력발전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2025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얼라이언트에너지는 이 같은 전환 계획을 2022년에서 2025년으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또 미국 오하이오주의 에너지 기업 퍼스트에너지는 지난 2월 오는 2030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폐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AI, 암호화폐 채굴,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급증 때문”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미루는 이유는 AI, 암호화폐 채굴, 클라우드 산업의 확장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력 부문 컨설팅업체 그리드스트래티지스(Grid Strategies)는 이런 측면을 언급하며 “향후 5년 동안 미국 전력 수요 증가율이 4.7%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했다.
특히 AI 시대 핵심 시설이자 데이터를 저장·교환하는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미 전력연구소(EPRI)가 지난 29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수요에서 자치하는 비율은 2030년 9%까지 늘어난다. 2022년 기준 미국 내 2700개의 데이터 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의 4%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데, 8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챗GPT의 AI 애플리케이션이 구글 검색보다 약 10배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고 추정한다.
◆’탈탄소 목표’ 바이든 행정부는 딜레마
이 같은 탈석탄 움직임의 지연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졌다고 FT는 짚었다. 전 세계적으로 AI와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이 가열되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의 탈탄소화 목표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탈탄소 움직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 환경보호청(EPA)은 2039년 이후에도 가동을 유지하고자 하는 석탄 발전소에 대해 ‘203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를 줄이거나 포집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올해 3월25일엔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60억 달러(8조원)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자국 산업 탈탄소 목적의 정부 기후 대응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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