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주식 1위가 4년 만에 테슬라에서 엔비디아로 교체됐다. 지난해부터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한 주가를 반영하면서 평가금액도 불어난 영향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금액 1위는 엔비디아로 110억2797만9960달러로 집계됐다. 2위인 테슬라(106억7461만6875달러)와는 3억5336만3085달러 차이가 난다.
보관금액 1위 종목이 바뀐 건 지난 2020년 7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당시 아마존이 테슬라에 1위 자리를 양보한 뒤 테슬라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다만 순매수 결제금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테슬라가 앞섰다. 올해 들어 지난 29일까지 테슬라 순매수결제금액은 11억7170만3493달러로 전체 해외주식 중에 가장 큰 금액이다.
엔비디아는 5억8525만5447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MS)(6억1486만1583달러)에 이어 세번째로 뒤따랐다.
보관금액이 이보다 크게 앞선 건 엔비디아 주가 급등에 따라 평가금액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가는 130% 넘게 폭등한 바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주목받으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GPU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74.4%에 이른다.
엔비디아는 또 데이터센터 투자 수혜 기업 중에 최우선 기업으로 손꼽힌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AI 시장 장악을 위해 고성능 제품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경쟁사 대비 성능과 범용성 측면에서 앞선 엔비디아가 입지를 굳히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 우려가 있는 건 부담이다. 높은 성장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안감이 조성된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런 상황에서 주주 친화적인 주식 분할 결정을 하면서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엔비디아는 보통주 1주를 10주로 주식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6일 장 마감 때까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하루 뒤 장 마감 후 9주를 추가로 받게 된다. 액면 분할은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가격 부담을 낮춰 매수세를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엔비디아의 높은 성장 지속 여부에 불안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행보는 주주들의 걱정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매력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경우 하반기부터 주가 모멘텀이 차츰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실적과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은 여전히 클 수 있다”면서도 “8월 예정된 로보택시 출시와 같은 달 19일 AI데이를 통해 테슬라의 AI 상용화 가능성이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기차 판매 실적도 내년 초부터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부터 내년으로 갈수록 주가 모멘텀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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