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 반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갖기 위한 ‘옥석 가리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 만큼 안정적인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하락했던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상승세로 전환, 최근 2주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셋째 주(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서는 매매가격이 0.01% 상승해 전주(-0.02%) 대비 상승 전환했으며 5월 넷째 주(27일 기준)도 전주와 같이 0.0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5월2주차 0.00%→5월3주차 0.02%→5월4주차 0.03%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서울은 5월2주차0.03%→5월3주차 0.05%→5월4주차 0.06%로 상승 폭이 커졌다. 반면 지방은 감소세(-0.04%)에서 보합(0.00%)으로 전환하는 듯 하더니 다시 -0.01%로 하락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한 데에는 전세가격 상승과도 무관치 않다. 고금리 상황의 장기화가 이어지고 매매 관망세가 길어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함에 따라 전세 대기 수요가 매매 수요로 대거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격이 작년 7월부터 10개월 정도 상승하다보니 이 상황이 더 오래 갈 수도 있다고 보고 매매 수요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은 공급이 부족해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 여파에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구축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가 많다. 주거안정과 시세차익을 같이 고려한 것이 최근 아파트 거래량 증가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수요 위주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인 만큼 매매가격이 일시적인 상승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최근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누적 수치로는 마이너스(-)인데다 저가의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입 수요자들의 선호지역과 단지에 따라 매매가격도 더 벌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입지, 생활 인프라 등이 우수한 단지는 명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단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국 50위권 고가의 대단지 선도아파트의 매매가격은 3개월 연속 상승한데 반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사례는 9개월째 증가하는 추세다.
KB부동산이 공개한 월간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전국 50개 선도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점차 상승폭을 키워나가고 있다. 선도아파트 50 지수는 전체 아파트단지보다 가격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미분양주택은 7만1997호로 전월 대비 10.8% 증가했으며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968호로 6.3% 증가했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미분양 주택 중 지방은 5만7342호로 전체 물량 중 79.6%를 차지한다. 미분양 물량도 전월 5만2987호 대비 4355호(8.2%) 증가했다. 수도권 역시 1만4655호로 전월(1만1977호) 대비 2678호(22.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승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아파트 중에서도 주거 또는 투자 가치가 높은 아파트 위주로 꼼꼼히 따져보는 ‘옥석 가리기’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경쟁력 있는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떨어지는 ‘양극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주여건이 양호한 지역이나 선호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매물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단지별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요 관심단지 중심으로 매수문의는 꾸준히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저가매물 소진 이후에도 매도 희망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상승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전문위원은 “몇 년 간 지속됐던 ‘옥석 가리기’ 경향이 더 심화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의 양극화 현상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시사한 만큼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려는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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