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일부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가 미국 제재를 피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기기 위해 설계를 하향조정(downgrade)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지하고자 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들의 고성능 프로세스에 대해 일련의 수출 통제를 가했다.
그러한 통제는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TSMC 같은 외국 파운드리에도 적용되며 이들 기업의 중국 수주를 막는다.
이에 일부 중국 AI 반도체 회사들이 TSMC에 생산을 맡기기 위해 미국 통제에 걸리지 않는 덜 강력한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소식통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들은 중국의 첨단 칩 생산 역량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그들이 TSMC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노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타엑스(MetaX)와 엔플레임(Enflame) 등 상하이 기반 두 곳의 중국 최고 AI 반도체 회사가 지난해 말 하향조정한 반도체 설계를 TSM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두 회사는 앞서 자신들의 반도체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견줄 수 있다고 마케팅을 해왔다.
소식통들은 메타엑스가 다운그레이드한 제품인 C280을 내놓았으며, 기존 최첨단 GPU인 C500은 올 초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메타엑스는 미국 반도체 회사 AMD 간부 출신들이 2020년 창업했고, 엔플레임은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 등이 지원하는 회사다.
로이터는 “소위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이 두 회사는 주요 분야에 대한 잠재력으로 중국 정부에 간택돼 국가 지원을 받을 자격을 얻었다”며 두 회사가 정부 지원금을 받거나 국영기업들에 반도체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고, TSMC는 운영에 관계된 법규를 준수하며 고객과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중국에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화웨이에 더해 약 50곳의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엔비디아에 대항하고자 한다”며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미국 수출 통제로 더 이상 해외 파운드리와 손잡을 수가 없어 생산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에 약 44개의 파운드리가 있지만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만이 첨단 GPU 양산 역량이 있으며 최근까지 SMIC의 생산 역량은 오로지 화웨이에 할애됐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2020년 미국 제재로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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