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회사원 황모(39)씨는 최근 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는 구축 아파트를 샀다. 황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3억원 가까이 은행 대출을 받았다. 황씨는 “이자 부담이 크고, 서울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내 집 마련을 영영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3040세대들의 내 집 마련이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줄어든 3040세대의 주택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과 올해 새롭게 도입한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등 저금리 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청약시장에 머물던 3040세대가 기존 주택 매매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매수자는 3만885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3만9543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매수자는 지난 2월 2만8568명 이후 두 달 만에 1만명 이상 늘어나며 급증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출시 3개월 만인 지난 4월 2만986건(5조1843억원) 접수됐다. 대출 중에서는 구입자금(디딤돌대출) 신청이 1만4648건(3조9887억원), 전세자금(버팀목대출)이 6338건(1조1956억원)으로 주택 구입자금 신청이 많았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2년 이내에 아이를 낳거나 입양한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전용면적 85㎡ 이하인 9억원 이하 주택을 최대 5억원(버팀목은 3억원)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주 이용층인 30대와 40대를 중심으로 주택 구매량이 늘어나면서 생애 처음 주택을 구매한 수요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생애 첫 주택 매수자 중 30대는 1만7577명으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가 9997명으로 뒤를 이었다. 두 연령층 각각 전월 대비 2174명, 1727명 늘어나며 생애 첫 주택 매수세를 주도했다.
지역별로 서울에 비해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에 부합하는 주택이 많은 경기도에 집중됐다. 경기도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1만5852명으로, 전월(1만295명) 대비 5557명 증가했다. 이중 서울과 인접한 광주시가 176명에서 1304명으로 7배 이상 급증했고, 오산(1245명)과 용인시 처인구(1300명)도 지난달 각각 148명과 144명에서 매수자가 증가했다.
부동산시장에선 정부의 저금리 상품 출시뿐만 아니라, 전셋값 상승세가 3040세대의 주택 매수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지난해 5월22일부터 54주 연속 상승하며 매매 심리 자극했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일정 수준까지 오르면 차라리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매매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과 가중되면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주택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세로 인해 차라리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매매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전셋값 상승하고, 전셋값이 오르면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된다”며 “주택 공급 불안을 없앨 추가 대책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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