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에 이미 0.25%p 인하 반영…하반기 대출·예금금리 크게 안 떨어져”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자 시장에서는 미국·한국 등 나머지 국가의 본격적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도 다시 커졌다.
하지만 은행권 전문가들은 ECB 등의 결정이 미국과 한국의 피벗을 앞당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들은 대체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일러야 4분기에 시작되거나 물가 상황 등에 따라서는 아예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시장금리에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0.25%p) 기대가 미리 반영된 상태인 만큼, 하반기 대출·예금 금리 하락 폭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영끌족·자영업자 등 대출 부담이 큰 금융소비자들이 연내 고금리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 너무 좋은 미국 고용지표, 연준 피벗 기대에 찬물
ECB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며 2022년 7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피벗을 단행했다. 앞서 5일(현지시간) 캐나다은행도 기준금리를 0.25%p 내려 약 2년 3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고조됐지만, 지난 7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5월 고용지표가 찬물을 끼얹었다.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전월 대비 27만2천명)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자 물가 불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연준의 인하 명분은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다.
◇ “한은, 환율불안 등에 美보다 먼저 못 내려…낮춰도 연내 한번”
국내 시중은행 전문가들도 대부분 미국 연준과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재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아직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통화량에 대한 통제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에 뚜렷한 진전이 없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는 어렵고, 따라서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먼저 내리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익현 신한은행 투자솔루션부 셀장은 “미국 연준은 양호한 경기 등을 고려할 때 9월 정도에나 인하를 시작해 연내 두 차례(0.5%p) 정도 낮출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최근 성장률 개선 등으로 미뤄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10∼11월께 한 차례(0.25%p)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도 “한은이 서둘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 중반까지 높아진 데다, 물가는 여전히 안정 목표(2%)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하에 나선다는 가정 아래 한은도 올해 4분기 인하가 유력하나, 물가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올해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장미란 하나은행 도곡금융센터지점 VIP PB(프라이빗뱅킹)부장은 “미국과 한국 모두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며 “미국 연준은 연내 1∼2회, 한은은 연준 인하 후 1회 정도 낮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차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내리기는 어렵다”며 “연준은 9·12월 두 번 내리거나 11월 한 번 내릴 가능성이 크고, 한은은 4분기에 한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선미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PB팀장 역시 “ECB가 금리를 먼저 낮췄지만, 고용 상황 등으로 미뤄 미국은 9월 이후에나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한은의 경우 불안한 외환시장, 수입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미국보다 인하 시점을 더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채권 금리 추이 ※ KB·신한·하나·우리은행, 은행연합회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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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일 | 2024년 6월 7일 | 변동폭 | |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 연 3.850∼6.838% | 연 3.720∼6.797% | -0.130%p, -0.041%p |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 연 3.480∼5.868% | 연 3.180∼5.625% | -0.300%p, -0.243%p |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 연 4.330∼6.330% | 연 4.240∼6.240% | -0.090%p, -0.090%p |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 | 3.590% | 3.540% | -0.050%p |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 3.895% | 3.624% | -0.271%p |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 3.677% | 3.575% | -0.102%p |
◇ 한달새 대출금리 최대 0.3%p↓…시장금리 약세·은행별 금리인하 영향
최근 한 달 사이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대체로 떨어졌다. ECB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180∼5.625% 수준이다. 약 한 달 전 5월 3일(연 3.480∼5.868%)과 비교해 상단이 0.243%포인트(p), 하단이 0.300%p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895%에서 3.624%로 0.271%p 내린 데 영향을 받았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1개월 사이 연 4.330∼6.330%에서 4.240∼6.240%로 상·하단이 0.090%p씩 하락했다. 은행채 1년물 낙폭(-0.102%p)과 비슷하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3.720∼6.797%)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041%p, 0.130%p 떨어졌다.
시장금리 하락뿐 아니라 가계대출 영업 차원의 각 은행 자체 금리 조정도 대출 금리를 끌어내렸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갈아타는 경우에 대해 금리를 최대 0.4%p 낮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대출·예금 금리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 팀장은 “역대 최대 수준인 미국과의 금리차, 높은 원/달러 환율 등에 따른 한은의 제한적 기준금리 인하 여력 등 탓에 하반기 대출·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장 부장도 “이미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1회 인하분(0.25%p)이 선(先) 반영된 상태”라며 “따라서 하반기 중 대출·예금 금리의 큰 폭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셀장 역시 “여전히 높은 물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시장금리 하락 폭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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