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자 매출 감소세 확대…금융당국 “맞춤형 채무조정·폐업지원 등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율 오지은 기자 =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11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카드매출 감소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저축은행들마저 저신용자에게는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는 등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자영업자들에게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전분기 말인 2023년 말 0.48%보다 0.06%포인트(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저점이었던 2021년 말 0.16%보다는 3배 이상으로 뛰어올라 1분기 말에는 2012년 12월(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들의 연체율이 많이 상승하고 있어서 걱정”이라면서 “고금리·고물가에 개인사업자들이 어렵다는 것은 다들 피부로 느끼는 건데 이에 더해 빚을 못 갚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자영업자 경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카드 매출은 감소세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예상외로 올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IBK기업은행 집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평균 카드 매출은 작년 말 기준 6.4%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준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카드 매출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개인사업자들 간에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세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매출 감소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8%p 높아졌다. 폐업자 수는 91만1천명으로 전년 대비 11만1천명 늘었다.
◇ 2금융권 문턱 높아져 설 자리 잃은 자영업자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취약차주에게 대출을 공급하는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8조4천억원으로 전년(약 23조4천200억원) 대비 5조원가량(21%) 감소했다.
지난 1분기 1천543억원 순손실을 낸 저축은행업권은 이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수신을 동시에 줄이고 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개인사업자대출 총액이 322조3천690억원으로 2.4%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용점수가 낮은 저신용자의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감소하거나 아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기준 신용점수 501∼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수는 11개사로 지난해 1분기(17개사)보다 6개사 줄었다.
같은 기간 5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4개사에서 0개사로 아예 사라져버렸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게 실행되는 대출로, 올해 상반기 17.5%의 금리 상단이 적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안 좋으니까 여신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개인사업자들이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지난달 말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 매주 회의를 열고 서민·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TF는 관계부처와 협업해 자영업자들의 경제 여건에 대한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지원과 채무조정, 폐업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려고 해도 시작할 때 인테리어 등을 했으면 원상복구 등을 해야 해 폐업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불만이 있다”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폐업지원 방안 등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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