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신용과 정부 지출 확대로 위험 적어…연준 섬세한 대응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국 금융시장이 고금리 환경에서도 위기에 빠지지 않은 배경으로 민간 신용과 정부 지출 확대, 연준의 조심스러운 대응이 꼽혔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0년 만에 가장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2년 넘게 이어가는데도 금융시장이 순항하는 세 가지 이유로 민간 신용을 통한 위험 전염 가능성 축소, ‘무위험’ 정부 부채로 성장 촉진, 연준의 정책 균형 노력을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0년 기술주 폭락,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금융시장 전반으로 공포가 확산해 결국 경제 위기가 발생했지만 최근엔 그렇게 전염될 여지가 훨씬 적다고 진단했다.
상장 금융기관 대상 규제가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이 공개 시장이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출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연체가 발생해도 뉴스로 보도되지 않고,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놀라서 집단행동을 하는 일도 없고 연기금 등이 자금을 급히 회수하려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1990년대는 기업들이 닷컴 열풍에 도취해 과도하게 확장했고, 2000년대엔 가계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발맞춰 대출을 늘렸다가 문제가 됐는데 이번엔 성장의 배경이 정부의 부채 확대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에서 정부 지출·투자 기여도는 10여년 만에 최대였고, 정부 지출은 대부분 부채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 부채는 가계나 기업의 빚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무위험자산이라고 부르며, 이는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 부채를 이용하는 것이 민간 부문 차입을 늘리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함께 연준이 경제위기를 피하는데 주의를 기울이며 섬세하게 대응하는 점을 한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 예로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시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도 긴급 자금 지원을 한 점을 들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높은데도 추가 금리 인상을 접었고, 너무 늦게 움직여서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금리인하까지 고려하고 있다.
연준은 또 변동성을 제한하고 금융상황 완화에 기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금융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이는 실업률 상승 등이 부정적 충격을 증폭시켜서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키는 상황의 위험을 연준이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준은 긴축 수위를 임계치보다 몇단계 아래로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연준은 제약적 정책이라고 표현하지만 금융시장 여건은 완화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민간 신용 문제가 폭발할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고, 미국 정부부채 규모에 관한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연준 위원들이 모든 사항을 다 세세하게 관리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