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집값이 서서히 오르는 것 같아요.”
지난 1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아파트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중소형 규모 위주로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호가를 조정하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었다”며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건 아니지만, 침체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11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이른바 영끌족 성지로 불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도 회복세를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이른바 노도강 외곽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집값이 일제히 상승했다. 하락과 보합을 유지했던 노도강 지역 집값도 상승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올라 전주(0.06%) 보다 상승폭이 더 확대됐다.
서울아파트 가격은 3월 넷째주 이후 11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성동구(0.19%)의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이어 송파·서초·종로구(0.14%), 용산구(0.13%) 등 순이었다.
특히 노도강 지역이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나홀로 하락세를 보이다 2주 전부터 보합으로 전환된 도봉과 노원은 각각 0.01%, 0.02% 상승했고 강북은 0.03% 올라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은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유지중인 가운데 저가매물 소진 이후 지역별 선호단지 중소형 규모 위주로 매수문의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매도희망가 상향조정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도강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노원아이파크(전용면적 180㎡)‘는 지난달 16일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2017년 종전 신고가인 7억3000만원보다 1억9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또 지난달에 강북구 수유동 ‘삼성타운(전용면적 84㎡)이 5억1300만원에, 도봉구 창동 ‘세인트라디움(전용면적 52㎡)는 지난달 2억3750만원에 각각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부동산시장에선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집값 상승 흐름을 보이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지역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과 올해 새롭게 도입한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등 저금리 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 문턱이 낮은 노도강 지역에서 주택 매수세가 일부 회복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노도강 지역의 집값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보기에 어렵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택 거래량이 다소 늘고, 집값도 상승했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일부 지역에 한해 거래량이 다소 늘어났지만, 여전히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거래량을 두고 집값 상승 전환을 예단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노도강 지역의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 중 하나”라며 “일부 저금리 상품이 출시돼 주택 매수세가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금리가 높고, 쌓여 있는 매물이 많은 만큼 집값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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