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내년 시행이 예고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청원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시행 여부를 둘러싼 공론화가 본격화될 양상이다.
지난 4월 금투세 폐지 청원에도 6만명 넘는 개인투자자가 동의하며 성립 요건을 채웠지만,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결국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22대 국회가 본격 출범하면서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1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전날 ‘금투세 전면 폐지 및 국민 거부권 행사법 제정 촉구에 관한 청원’의 동의자 수가 기준선인 5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청원은 이달 16일까지 청원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소관위원회로 회부돼 청원 심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청원인은 청원 내용에서 “개인에게만 독박과세를 부과하는 금투세의 전면 폐지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논리로 조세형평성을 주장하려면 외국인과 기관, 법인에게도 똑같은 세율을 적용해햐 한다. 또 금투세 폐지가 부자감세라는 논리가 성립되려면 우리 나라 증시에 투자한 블랙록, 뱅가드, 엘리어트 등 외국계 헤지펀드 및 자산운용사에게도 통일한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고 기관과 법인에게도 동일한 세금을 부과시키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과 법인,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이중과세방지 조약에 의해 금투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정치권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가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금융상품 250만원) 이상 소득을 거둘 경우 초과분의 22%(3억원 초과분은 27.5%)에 대해 걷는 세금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부과 원칙에 따라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당초 금투세는 지난해 1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년간 유예되면서 시행이 내년 1월1일로 연기됐다. 금투세 도입이 6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시행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에 빠져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1호 법안(5대 분야 패키지 법안) 중에 하나인 금투세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과세 대상이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한 만큼 폐지는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대만은 금투세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개월 만에 증시가 36% 가량 급락했고, 일일 거래금액도 17억5000만 달러에서 3억7000만억 달러로 5분의 1토막이 난 사례가 있다”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같은 우려로 개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추구하는 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한국 주식 시장에서 150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치명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투세 시행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는 세제 당국과 전문가, 조세연구원 등이 고민을 많이 한 결과”라며 “지난 정부 초반에 논의해 정부 중반쯤 입법이 된 건데, 그 사이 코로나도 있었고 가상자산도 생겼고, 채권 시장 붐이 있었고 금리가 1%대에서 5%대가 됐다.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연 면밀히 분석됐는지, 바뀐 환경들에 대한 고려를 해봐야 한단 문제의식이 있다”고 언급해 금투세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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