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수치는 현장서 공개 안돼…보상안 무효 소송서 유리한 발판 마련
주가 3% 상승 후 시간외 거래서도 소폭 오름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한화 수십조원대의 성과 보상을 하기로 한 결정을 재승인하는 안건이 1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테슬라 측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CEO에게 경영 성과에 따라 수십조원대 가치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한 2018년 보상안(2018 CEO pay package) 재승인 안건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찬반 표결 수치는 현장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이 보상안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매출과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단계별 성과를 달성하면 12회에 걸쳐 총 3억300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 스톡옵션의 가치는 한때 560억달러(약 77조원)에 달했으나, 이날 증시 종가(182.47달러) 기준으로는 480억달러(약 66조1천억원) 수준이다.
2018년 이 보상안이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승인된 이후 머스크는 계약상의 경영 성과를 모두 달성해 스톡옵션을 전부 받았으나,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올해 1월 잠정 승소하면서 머스크는 그간 받은 스톡옵션을 모두 반납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테슬라 이사회는 주주들이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항소심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을 이번 주총에서 투표에 부쳤다.
테슬라 이사회는 보상안 무효 소송의 1심 판결이 오는 7월 확정되면 주(州)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 보상안이 재승인됐다고 해서 이것이 소송에 즉각적인 효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한 것은 향후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1월 테슬라의 보상안 무효 판결을 내린 델라웨어 법원 판사는 회사 측이 이 보상안을 승인하는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머스크가 테슬라 이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이사회 측이 보상안의 내용을 주주들에게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테슬라 이사회 측이 보상안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주주들을 설득한 만큼 법원에서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포터는 “델라웨어 판사는 주주에 대한 공개가 제한됐다는 이유로 이 보상안을 기각한 바 있다”며 “이번 투표에 앞서 향상된 공개 내용을 고려할 때, 새로 승인된 이 보상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인 에릭 탤리도 테슬라의 이번 주총 투표 과정에서 법원이 지적한 보상안 승인 절차의 결함이 바로잡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회사 차이캐피털의 크리스토퍼 차이 사장은 “사람들은 일론을 믿기 때문에 테슬라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 사람에게 보상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주주들이 내린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 승인이 향후 법원 판결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애덤 바다위 UC버클리대 법학 교수는 “델라웨어 법원이 주총 투표의 효력을 인정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를 기존의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 안건은 지난 1월 델라웨어 법원에서 보상안 무효 판결이 나온 뒤 머스크가 제안한 내용이다. 이 소송은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를 기준으로 관할권이 있는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심리됐는데, 머스크는 보상안 무효 판결 소식이 전해진 뒤 엑스에 “절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아울러 이날 주총 표결을 통해 현재 테슬라 이사회 멤버 중 2명인 머스크의 친동생 킴벌 머스크와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을 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도 승인됐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정규 거래에서 2.92% 오른 데 이어 주총 결과가 나온 뒤 시간 외 거래에서도 1% 미만의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mina@yna.co.kr